글/자청(慈淸 중의사)
[SOH]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수업시작 5분전, 교수님은 강단에 앉아 책만 읽고 계셨다. 그때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양 한 여성이 강의실로 불쑥 들어와 사방을 둘러보더니 교탁을 한 바퀴 돌고는 밖으로 나갔다.
2-3분 후, 수업이 시작되자 교수님께서 질문을 던졌다.
“방금 어떤 사람이 들어온 것을 여러분 다 보았죠? 모두 그녀에 대한 첫인상을 말해 보세요”
강의실에 앉은 학생들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학생이 “20-25세 정도의 여성으로 단발머리에 짙은 남색 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은 “그녀는 40대의 중년 여성으로 중간 길이의 머리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제 기억에 그녀는 화가 잔뜩 나 있었어요. 머리나 치마 모양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전체 학생이 모두 자신의 기억을 말했지만 서로 같은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머리 모양에서부터 나이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20여 명의 사람이 존재한 것 같았다.
교수님은 문제의 여성을 강의실로 불렀다. 그녀를 본 순간 우리는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녀를 완벽하게 묘사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의견이 정확하다고 고집하기에 바빴다. 10분도 채 안 되는 그때 그 시간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늘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품지 않고, 첫인상에 의지해 진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종종 은폐된 보다 깊은 곳에 질병의 근원이 있기 때문이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