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옥림(徐玉琳, 중의사)
[SOH] 서양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약물치료는 물론 환자의 말을 경청해 주는데 환자에게 베개를 던지면서 마음속의 분노를 풀어내거나 혹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크게 소리를 질러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가슴 아픈 상처를 씻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제니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는 그녀가 계부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철저히 벗어날 수 있도록 계부의 추도식을 열도록 했다. 빈소에 관을 마련하고 자신의 친구, 동료들을 청해 실제와 똑같이 했다. 이렇게 한 목적은 제니로 하여금 그녀의 기억 속에서 계부를 지워버리도록 한 것이다. 추도회에서 제니는 아주 긴 추도사를 읽어 여러 면에서 계부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그를 잊기로 했다.
그러나 운명은 마치 제니를 비웃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그녀의 남편이 말, 습관, 기호 및 심지어 공구를 내려놓는 순서까지 계부와 아주 비슷해졌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과거 매주 금요일이면 계부는 가족들에게 생선만 먹게 했는데 이에 반항하기 위해 제니는 생선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제니의 남편 마크가 매주 금요일이 되면 집에서 정어리를 먹거나 아니면 몰래 밖에 나가 생선을 먹었다. 다른 때는 별로 고집을 피우지 않던 남편이었지만 유독 이 일만은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금요일이 되면 집안에 긴장감이 돌아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금요일마다 치료받으러 오도록 했다. 그러나 그녀는 차 키를 찾지 못했다거나 아이가 아프다는 등, 이런 저런 구실을 대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결국 그녀가 나를 찾아와 슬픈 얼굴로 말했다.
“남편은 며칠 동안 저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어요. 이 어두운 그림자에서 영원히 벗어 날 수는 없는 걸까요?”
“무슨 그림자죠?” 내가 물었다.
“금요일 이면 생선을 먹는 나쁜 습관이요. 이제는 아이들도 생선을 먹고 싶어 해요. 제가 반대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 먹고 싶어 합니다.”
“금요일에 생선을 먹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요? 바닷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매일 생선을 먹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야 당신도 알다시피, 계부가 정한 그 규정이 생각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제니, 마음을 넓게 가질 필요가 있어요. 당신은 자신이 어린 시절 모욕을 당했다는 이유로 당신 주변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이 겪은 고통을 겪게 하고 있어요. 당신은 남편에게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 당신 아이들조차 원하지 않잖아요.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당신은 고통을 겪어 봤으니 마땅히 다른 사람을 위해 더 많이 생각하고 가족들을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들이 더 편하게 생활하고, 더 이상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겪지 않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속담에도 남에게 베푼만큼 얻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답니다. 제 말이 맞나요?”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겼다.
[ 對중국 단파라디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