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옥림(徐玉琳)
[SOH] 한 병원에서 그를 내게 보낸다며 그에 관련된 자료를 한 꾸러미 보내왔다. 그러나 바빠서 미처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가 나를 찾아왔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내가 물었다.
“아주 좋습니다! 아무 병도 없는 것 같아요.” 그가 대답했다.
“그럼 왜 저를 찾아오셨어요?” 나는 좀 의아해서 물었다.
“우리 주치의가 한사코 내게 병이 있으니 당신을 찾아가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나는 비로소 그의 병력 및 진단서를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내려진 진단 결과는 라틴어로 약 30여개 알파벳이 조합된 아주 긴 병명이었는데 나도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저는 당신 주치의가 선생님을 제게 보낸 영문을 잘 모르겠어요. 이 병은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험삼아 한의학적인 진료를 원하신다면 선생님의 상황을 상세히 말씀해보세요.”
그는 자포자기 한 듯이 말했다.
“아내는 오래 전부터 이혼을 원했어요. 저는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었죠. 그 중 한 가지가 저에게 매주 한 번씩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를 2년 동안 받았습니다. 의사는 수많은 시험과 검사를 거친 후 제가 심각한 심리적 결함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죠. 십 여 가지에 달하는 양약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치료는 갈수록 흐지부지 되었고,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진단은 정확하나 양방에서는 치료할 수 없으니 당신에게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 양방에서는 무슨 병이라고 하나요?” 나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기가 좀 꺼려진다는 듯 나를 쳐다보다가 눈빛을 다른 곳을 돌렸다. 이윽고 그는 무언가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가 50세가 넘도록 무슨 일을 하든지 시작만 있고 끝이 없다는 겁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그러나 그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평생 정식으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매번 흥미진진하게 입사 신청서를 작성하지만 절반도 못 쓰고 중단하곤 했습니다. 어떤 물건을 수리할 때도 공구상자를 열고 막상 공구를 꺼내면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일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저의 이런 점 때문에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또 무슨 책을 보든 두세 페이지 보고나면 더는 읽고 싶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성적이 늘 C이하였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
“그럼 졸업은 하셨나요?” 내가 물었다.
“저는 유년시기와 청소년 시기를 아주 고통스럽게 보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저는 늘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앞뒤로 문질러 고의적으로 바지에 구멍을 내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별다른 방법이 없자 저를 의자에 묶어놓으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의자에 묶인 채 정원에 나가 다람쥐를 보거나 고양이와 놀곤 했는데, 숙제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아버님은 저를 병원에 데려갔고 의사는 하루에 한번씩 5분간 매를 때리라는 처방을 내려주었습니다. 아버님은 의사의 말을 충실히 따랐고 이렇게 해서 저는 억지로나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디어가 아주 많았고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새로운 견해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때문에 제 의견을 받아들인 친구들은 모두 부자가 되거나 사업을 잘 했지요. 하지만 저는 도리어 착실하게 무슨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말을 할수록 풀이 죽었다.
“이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는데... 그냥 말만 하고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는 직업을 찾으시면 될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그의 근심과 걱정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웃으면서 물었다.
“저는 손발이 없는 장애인조차도 저처럼 이렇게 매사에 흐지부지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 경우, 흥미와 열정이 너무 짧아서 마치 불꽃처럼 한순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은 후 맥을 짚고 혀를 살펴본 후 손에 침을 들고 어디서부터 치료를 해야 하나 하고 생각에 잠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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