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옥림(徐玉琳)
[SOH] 로리와 어머니의 관계는 아주 미묘했다. 그녀의 부친은 그녀가 3개월 되던 때 다른 여자와 도망갔다.
어머니는 어린 그녀를 데리고 캘리포니아를 떠나 몇 년마다 집을 옮겼고,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도시에 와서 정착했다.
때문에 로리는 자신의 인생은 부평초처럼 뿌리가 없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몇 년마다 학교를 옮기며 살아야 했고 집시처럼 떠도는 이런 생활방식 때문에 친구조차 사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기 엄마를 원망했다.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그녀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저항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으로 갔고, 설탕을 사오라고 하면 소금을 사오는 식이었다. 때문에 그녀와 모친은 비록 그림자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지만 마음은 멀리 떨어져있었다. 모친이 그녀를 데리고 교회에 나가 기도할 때면 그녀는 늘 하느님께 질문했다. “하느님! 대체 왜 저를 이런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게 하셨어요?”
그녀와 어머니는 그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서로 원수처럼 지내며 줄곧 냉전(冷戰) 상태였다. 18세 생일이 지나고 성년이 되자, 로리는 즉시 트렁크를 싸들고 집을 나서 곧바로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이 얼마 지속되기도 전에 어머니는 갑자기 암이 생겨 6개월도 안되어 세상을 떠났다.
모친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로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한편으로는 울고 싶었고 또 웃고도 싶었다. 울 듯 말 듯 입을 삐죽거리다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녀는 곧 아주 깊은 후회에 빠졌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잘 대해주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모두 눈앞에 떠올랐다.
비바람이 불던 날 자신을 끌어안고 병원에 달려가 밤새도록 침상을 지켜주신 어머니, 성탄절 크리스마스 트리에 온통 자신을 위한 선물만을 준비하고 자신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생일이면 밤새 손수 케잌을 구워 친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해주셨던 어머니, 야구나 축구를 할 때면 뜨거운 태양아래 서서 목이 터져라 자신을 응원하시던 어머니, 또 십 수 년간 등하교 길에 늘 자신을 보내고 맞아주시던 어머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로리는 후회가 막심했고 비통해졌다. 그녀의 병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미 11년이나 되었다. 그녀가 처음 진료 받으러 왔을 때 머리카락이 이미 반백(半白)이었다. 겨우 30이 넘었고 아직 아이도 없는 그녀였지만, 우울증과 전신 근육통, 폐경기 증후군 등을 앓고 있었다.
당시 나는 속으로 ‘이상하다! 겨우 30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가족사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았다. 자연스레 나온 첫 번째 질문은 모친의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보통 여자들의 월경관련 질환은 어머니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어머니에 대한 질문을 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끊임없이 울었다. 그러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앞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또 자신이 어떻게 어머니를 골탕 먹였는지 들려주었다. 친구들 앞에서 고의로 추태를 보여 어머니를 난처하게 만든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주었다. 그녀는 이제 모친에게 잘못을 빌고 싶어도 빌 수 없고 모친을 기쁘게 해드려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는 것에 깊은 자책을 느꼈다.
나는 침이나 약으로는 그녀의 회한(悔恨)과 마음에 맺힌 매듭을 풀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병이 결정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음과 같은 꿈을 꾸고 나서였다.
그녀는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울면서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었고 어머니가 그립고, 죽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어머니는 그녀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아주 엄한 목소리로 호통 쳤다. “다시는 울지 말거라! 너를 낳은 후 나는 단 하루도 좋은 날이 없었다. 또한 너 때문에 일찍 죽었으니 나의 죽음은 전부 네 탓이다. 지금 나는 비록 저승에 있지만 줄곧 원수를 갚기 위해 벼르고 있다. 네가 병들고 지친 것은 모두 나와 관련이 있다. 내가 살아서는 네 엄마지만 죽어서는 네 원수다.”
로리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다시 어릴 적 장면을 회상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당신을 그리다 병이 났는데 당신은 도리어 제가 당신을 해쳤다고 탓하시는 군요!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어쩌면 그러실 수 있어요?’
그녀는 어머니에게 화를 버럭 내면서 꿈에서 깼다. 침대에서 일어난 후 마치 생시처럼 생생한 이 꿈을 기억해보니 그녀는 자신이 당시 왜 화를 냈을까 후회했고 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로리가 나를 찾아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여전히 정서가 평온하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해 본 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분노는 병을 일으킬 수 있지만 병을 치유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모친을 그리워하는 정(情)이 간절하고 또한 장기간 괴롭고 마음 졸이는 중에는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화를 낸 후 즉시 이 맺힌 것을 풀게 되었습니다. 당신 어머님의 마음씀씀이가 실로 고통스러웠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은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걱정하시기 때문에 비록 저승에서나마 당신이 고통을 겪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으셔서 당신으로 하여금 일부러 화를 내도록 유도해 고해(苦海)에서 벗어나게 하신 겁니다. 그러니 당신은 마땅히 어머님께 감사드려야 합니다.”
로리는 내 설명을 듣고는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이후 몇 번 더 나를 찾아왔고 완전히 정상을 회복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이 한평생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설사 육신(肉身)을 벗는다 해도 자신이 진 빚과 지은 업(業)은 여전히 갚아야 한다. 그렇다면 로리와 모친 사이의 인연은 대체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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