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글 / 역진(亦眞)
제인(Jane)은 내게 팔고 싶은 피아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내가 먼저 물건을 보기 전에는 피아노를 팔지 않겠노라고 했다. 나는 당장 피아노가 필요하지 않아 잠시 이 일을 뒤로 미루어 놓았다. 그런데 제인은 나를 볼 때마다 귀찮을 정도로 피아노를 보러가라고 했다.
한 번은 내가 마침 그녀의 집 앞을 지나다가 남편에게 이끌려 그녀의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막 문을 들어서자마자 검은 색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에 놓여 있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뭔가에 이끌린 듯이 피아노에 다가가 건반을 하나 눌러보았다. 그 순간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고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음악대학 학생이었는데 오래 전부터 피아노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집에는 형제가 많은 데다가 대학생도 셋이나 있어 형편이 여의치 못했다. 그래서 나는 몇 시간이라도 더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학교 연습실에서 기다리거나 혹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연주하곤 했다. 그 당시 나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피아노를 갖는 것이었다.
남편은 피아노에 대한 나의 반응을 보더니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임을 알고는 곧 제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제인은 악보 속에 끼워져 있던 20년 전의 영수증을 꺼냈고 남편은 피아노를 샀다.
나중에 제인은 내게 이 피아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년 전의 일이에요. 당시 일시적인 충동으로 이 피아노를 구입했어요. 그런데 피아노를 구입한 며칠 후 갑자기 직장일로 미국을 떠나 과테말라 등 남미(南美)에 가야 했고 그곳에서 십여 년을 지냈어요. 귀국한 후에는 온 몸에 관절염이 생겨서 더 이상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나는 여러 번 피아노를 팔고 싶었지만 또 혹시라도 엉뚱한 사람의 수중에 들어갈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당신을 보자마자,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내가 이 피아노를 산 것이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피아노는 상점에서 산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연주한 적이 없어요. 오늘에야 제대로 임자를 만났네요….”
내가 제인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 성탄절 무렵이었다. 병원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데 그녀가 들어왔다. 보행이 아주 어려운 것이 다리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녀는 “2주 후에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데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혈액순환이 되지 않고 혈류가 막혀서 잘못하면 괴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절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네요.” 그녀의 다리를 검사해 보니, 왼쪽 다리가 거의 보라색에 가까웠고 얼음처럼 싸늘했다.
그녀는 내게 “저는 홀몸이라 외로운 처지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가족이 한 명도 없어요. 만약 한쪽 다리만 남는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지요?”라고 하소연했다.
나는 그녀에게 매일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묻고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치료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말에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한약과 침, 뜸, 추나(推拿)를 동시에 사용하여 그녀의 다리를 치료했다. 2주 후에 의사가 그녀의 다리를 검사했을 때, 크게 놀랐다. 다리 색이 붉게 변했고 온도도 상승했으며 모세혈관과 작은 혈관의 대부분이 다시 살아났던 것이다.
의사는 “지금 어떤 치료법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치료하시고 2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봅시다.” 2개월이 지난 후 그녀는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으며 통증도 줄어들었다. 의사는 3개월마다 한 번씩 혈류검사를 했으며 매번 그녀의 다리가 좋아진 것을 발견하였다. 이리하여 그녀의 다리는 아직까지 절단하지 않고 남아 있다.
나중에, 의사가 이것이 한방 치료의 효과임을 알고는 “우리 양의사들은 사실 한의학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라고 탄식했다.
제인은 내가 자신의 다리를 구해준 것을 몹시 고맙게 여겼으며 나 역시 그녀에게 고마웠다. 왜냐하면 그녀가 20년 전에 이 피아노를 사서 20년 전의 내 꿈을 이루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 ‘인연’은 대체 어떻게 해야 똑똑히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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