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31개 지역 중 전력 부족으로 정전 사태가 빚어진 10여 개 성(省) 지역에 전력 사용 제한 조치를 내렸다.
28일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9월 16일 현재 중국 광둥성 주요 발전소의 석탄 재고는 24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 감소했다.
차이신은 중국 신달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23일 기준 중국 연안 8개 성(省)의 석탄 재고는 모두 1774만2000t으로 전주대비 8.68% 감소했으며, 석탄 재고 가용 일수는 9.3일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차이신은 올 겨울 석탄 공급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특히 중국 북쪽 지방인 동북 3성이 석탄 재고 부족으로 올겨울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 인구수는 1억 명에 달한다.
정전으로 인한 사건ㆍ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랴오닝성에서는 지난 24일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한 주조회사에서 배기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 직원 23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선양에선 정전으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고, 인터넷까지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신호등이 꺼져 도로가 마비됐고, 자동차 유리문을 깨고 차내 귀중품을 훔치는 도난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림성에서는 24~26일까지 여러 차례 정전이 발생,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 일도 발생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도 직격타를 맞았다.
장쑤성 장자강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강 생산 라인 일부도 당국의 전력 사용 제한 조치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장쑤성 롄윈강의 한 철강 기업 대표는 “(정부 지시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최소 30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며, “20년간 철강업을 했지만 한 달 가까이 생산을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애플 납품 공장 여러 곳도 이달 말까지 생산이 중단됐다.
27일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대만 폭스콘 자회사인 대만 이슨정밀공업은 대만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중국 당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조치에 따라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중국 장쑤성 쿤산 공장의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슨정밀공업은 세계 최대 애플 제품 조립업체이자 테슬라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폭스콘의 자회사다.
애플 부품 공급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도 26일부터 이달 말까지 장쑤성 쑤저우와 쿤산에 있는 자회사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올해 경제성장률 둔화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늘면서 경제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제금융공사(CIC)는 전력 부족이 올해 3분기와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을 0.1∼0.5% 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CIC는 전력난이 특히 단기적인 생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9월 산업생산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이 4∼4.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 6.4%, 8월 5.3%를 기록한 바 있다.
루 팅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전력난이 헝다그룹 유동성 문제에 가려 전력난이 가져올 충격은 시장이 무시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성장률을 7.7%에서 더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현재 감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4분기 GDP 증가율이 1% 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중국이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중국이 호주와 분쟁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대체 수입원을 찾지 못하자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중국 당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력난에도 시진핑 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때 전 세계에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화석연료 발전에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 관련 공장은 물론,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섬유공장, 대두 가공 공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의 조업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현재 동부 해안 지역에 원전 건설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력 생산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전력난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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