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파산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사채와 금융사 대출 등 빚을 약 3050억 달러 이상을 떠안고 있는 헝다그룹은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헝다그룹은 그동안 부채 돌려막기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8400만달러(약 995억원)를 지급해야 하고 역내 채권에 대한 이자 2억3200만위안(3600만달러, 426억원)도 지급해야 한다. 이자 지급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공식적인 디폴트가 성립한다.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그 후폭풍의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문제에 개입할지 여부에 관계없이 헝다그룹의 파산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헝다그룹은 지난 1996년 광저우에서 간판을 올린 중국의 부동산 신화를 주도한 거대 건설사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자산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이르는 2조위안(약 366조원)에 이른다.
현재 헝다그룹의 대차대조표에서 확인된 부채 규모는 3050억달러(약 361조 1200억원)로 집계됐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은 ‘숨은 채무’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 경제가 헝다 문제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그 파장이 중국의 경제 시스템 전반을 강타할 것”이라고 보도했던 것이다.
미 CNBC는 20일(현지시간) 월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헝다그룹 파산 위기가 글로벌 증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설령 중국 정부가 대응에 나서더라도 중국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연쇄 파산 등으로 그 후유증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부동산 시장의 과열 진화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않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당연히 부채 규모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유동성 적신호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 대표적 업체가 바로 헝다그룹이다.
쉬자인(許家印·63) 헝다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가을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 때 시 주석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오른 ‘홍색 자본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점에서 유명 축구클럽 ‘광저우 헝다 구단’을 2010년에 인수하기도 했다.
쉬 회장은 시진핑이라는 절대 권력에 밀착했고 줄도 댔기 때문에 당연히 그 후원의 지원을 받으며 차입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헝다그룹에 대한 위기설이 처음 나왔던 지난해에는 “너무 커서 무너질 수가 없다”는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도 나왔지만, 시진핑이 강조했던 ‘회색코뿔소(Grey rhino)’가 되면서 중국 정부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됐다.
‘회색코뿔소’란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나타내는 경제용어다.
그동안 돈을 빌려준 중국과 해외의 금융회사들은 헝다의 자금난이 심화하는데도 ‘설마’ 하다가 지난 8월 국제 신용평가사들인 무디스와 피치가 헝다 그룹 채권 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하향 조정하자 결국 비상이 걸리면서 좌초 위기에 몰리게 됐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헝다그룹 하나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 내 부동산 업체 274곳이 파산을 신청한 상황”이라며 “최대 기업인 헝다까지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중국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규모는 올 들어서만 62억달러(약 7조2600억원)에 달해, 지난 12년치를 다 합친 것보다 13억달러나 많았다.
일본 닛케이(NIKKEI)신문은 지난 20일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대출 규모가 중국의 5대 은행에서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지난해보다 30% 급증한 970억 위안(150억 달러, 17조 76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에 여신을 제공한 국내외 은행은 128개로 집계됐고, 비은행 금융업체도 121개에 이른다.
따라서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부동산 업계의 줄파산은 물론 국내외 대형 투자자와 은행의 손실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게 될 것이다.
로이터는 “헝다 그룹의 운명은 중국 금융을 넘어, 국제 금융시장에도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헝다 그룹이 ‘중국의 리먼 브러더스’라 불리는 이유다.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4위였지만 2008년 9월 파산해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라는 전례가 드문 충격을 안겼다. / 와이타임스
디지털뉴스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