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달 리커창 중국 총리가 민생안정 방안으로 ‘노점경제’ 활성화를 주장해 중국 지도부와 갈등을 일으킨 가운데, 최근 구이저우성 시찰에서도 또다시 경기 침체 상황을 지적해 지도부 내 갈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 총리는 7월 6~7일 남부 구이저우성 각 지역과 구이양(貴陽)시에 있는 구이저우성 정무 서비스 센터를 시찰했다.
현지 네티즌이 게시한 영상에 따르면, 리 총리는 서비스 센터를 떠나면서 밖에 대기하고 있던 시민들에게 ‘현재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시민들은 ‘취업’이라고 답하며, 그에 관한 고충을 호소했다.
그러나 총리는 시민들의 호소에 답을 하는 대신 구이저우성의 교통 인프라 건설로 화제를 돌렸다.
한편, 리 총리는 성 시찰 중 많은 지역의 공장이 가동 중이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매체 ‘신랑재경(新浪財経)’에 따르면, 리 총리는 같은 날 구이저우성 퉁런(銅仁)시의 기업을 시찰하며, 해당 업체 간부와 직원들에게 연설했다.
총리는 연설 중 “이곳으로 오는 도중 많은 공장이 가동하고 있지 않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 내외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 해외 중문 매체들은 리 총리가 또다시 중국 경제의 실정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리 총리는 지난 5월 2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 폐막 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평균소득과 관련해, 중국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인 6억명의 월수입 1000위안(17만2700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용 안정, 민생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시급한 임무”라며, 쓰촨성 청두시가 고용 창출을 위해 ‘노점 경제’를 도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1980년대 초기, 문화대혁명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경제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점이나 포장마차 등 길거리 경제활동을 장려한 바 있다.
올해 3월 청두시 도시관리 당국과 도시관리 위원회는 시민들이 번화가에서 노점이나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상점들이 길가에 임시 출점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상하이시, 간쑤성, 저장성 등 각 지역 지방 정부도 청두시와 유사한 정책을 내놨다.
중국 증권일보 등 현지 언론들도 리 총리의 ‘1000위안’ 발언 후 잇따라 논평을 통해, ‘노점은 비위생적이고 무질서하다’는 기존의 비난을 거두고 ‘(노점은) 고용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베이징시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잇따라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지난 4일 주요 관영 매체에 ‘노점상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국영 CCTV는 7일 논평을 통해 “노점상 경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맹목적으로 이를 추구할 경우 뜻하는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베이징시 공산당 위원회 기관지 베이징일보도 논평을 통해, 노점경제는 ‘수도와 국가의 이미지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중 성향의 홍콩 빈과일보 등 일부 언론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줄곧 ‘당의 통제’를 정책 운영 지침으로 삼아왔지만 리 총리는 ‘자유경제’를 더 강조해왔다”며, 리 총리가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권성민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