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내 생산 여건이 계속 악화하면서, 각국 업체들의 중국 내 생산라인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 자이언트는 지난해 9월 중국 내 생산시설 축소를 시작했다.
‘자이언트’의 보니 투(Bonnie Tu)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통령의 25% 관세 계획 발표를 듣고 이 같이 결정했다면서 “관세가 실행되면 우리의 자전거는 미국 시장에서 평균 100달러(약 12만 원) 비싸지게 된다.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중국 공장 6곳 중 1곳을 대만으로 옮겼으며, 동남아와 헝거리 등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내 생산시설 중 약 30%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는 애플의 움직임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것이지만 만약 양국간 무역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생산시설 이전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아이폰 생산을 중국에서 진행하기 에는 현 생산구조의 리스크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의류·장난감 아웃소싱 업체 리앤펑도 중국 내 생산기지를 다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펜서 펑 리앤펑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의 중국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생산 효율성이 높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무역전쟁과 중국 내 인건비 상승 등은 생산거점을 중국 외 지역으로의 다원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공장이 밀집한 중국 광둥성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08년 4.12위안(703원)에서 지난해 14.4위안(2460원)으로 3배 이상 인상됐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05링깃(약 1425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입장은 주요 패션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패션 브랜드인 스티브매든은 미국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90% 이상 중국에서 생산하던 핸드백 물량을 지난해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코치’의 모회사인 테이프스트리도 베트남과 인도 생산을 늘리는 한편 핸드백의 경우 중국 생산 물량을 전체의 5% 미만으로 유지 중이다. 중국 최대 패딩 생산업체인 보스덩도 지난해 11월 중국 내수용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50개 회원업체의 약 40%가 중국 이외 지역에 생산 이전을 이미 했거나 고려중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탈중국은 계속되겠지만 중국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 로펌 베이커 맥켄지 홍콩지부의 무역법 전문가 존 카울리는 “일부 업체들은 중국 내 모든 제조공정을 없애기보다 중국 밖에서 ‘원산지 부여 공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중국에서는 부품을 제조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 부품들로 '실질적 변형'을 거쳐 완성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원산지 부여 공정은 원산지판정 기준에 따라 물품이 두 개 이상의 국가에서 생산된 경우, 원산지는 실질적 변형이 이루어진 국가가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관세 회피용으로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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