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 결렬에 따른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율 인상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강력 제재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화웨이가 기술 담당 직원들에게 미국과의 실무회의를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연구개발(R&D) 직원들도 사실상 미국으로 추방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당솬원 화웨이 개발책임자를 인용해 “2주 전 미국이 화웨이를 수출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직후 이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고 보도했다.
당 씨에 따르면 당시 진행 중이던 워크숍도 서둘러 취소됐으며 워크숍에 참석했던 미국인들에게는 당장 네트워크 접속이 금지됐고 컴퓨터를 가지고 화웨이 건물을 떠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화웨이는 또 일반 직원들과 미국인과의 전반적인 접촉도 제한했으며, 자사 사옥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사적인 대화 중에도 기술 관련 문제는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 하는 등 광범위한 규제에 들어갔다.
화웨이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중국에서 화웨이와 거래해 온 한 미국인은 오랫동안 접촉해 온 화웨이 측 담당자로부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연락을 끊는다는 통보를 받고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조치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 공급망 보호(Securing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and Services Supply Chain)’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해 대통령이 거래와 교역을 차단할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발동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적대 세력의 지휘나 소유, 통제를 받는 이들이 설계·개발·제조·공급하는 정보통신기술이나 서비스의 미국 내 사용은 적대 세력의 능력을 증대시킨다”며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화웨이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금지에 앞서 이루어진 만큼 사실상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의회는 정부기관이 화웨이와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지만 이번 행정명령으로 그 범위는 민간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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