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각국 입장차, 투자 투명성, 인권 등 과제 남아
[SOH] 중국 당국이 제창하는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帯一路)’ 국제 협력 정상회의가 세계 29개국 정상과 정부 관계자 약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폐막 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많은 국가들은 ‘일대일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다음 6가지의 중요 사항이 있다.
■ 유럽 각국, 공동성명에 서명 거부
AFP통신에 따르면, 정상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독일, 영국,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은 공동성명에 자국이 중시하는 ‘투자의 공정성과 투명성, 사회보장, 환경보호’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또한 서구 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이 경제권 구상을 통해 영향력을 높이고 패권적 지위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연설에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무역 회랑은 기존의 것들에 대한 대항이 아니며, 각국과의 전략적 연결과 상호보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美 대통령, 대표단 파견
매튜 포팅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정책 담당 선임보좌관은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포팅어 보좌관은 개막식과 높은 수준의 전체 회의에서 연설하지 않았고, 15일 원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포팅어 보좌관은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구상의 일환으로 인프라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환영하고, 국제 인프라 건설 경험이 풍부한 미국 기업들이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팅어 보좌관은 또 “이 구상을 성공시키려면 프로젝트의 평가와 건설, 유지를 꾸준히 해내야 하며, 정부 당국의 커버넌스 투명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은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목표로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 ‘북극해 항로’를 ‘일대일로’와 연결하려는 러시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첫날인 15일 회의 개막 후, 각 언론에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 전략을 ‘일대일로’와 연결하는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북극해 항로는, 유라시아 대륙 북방의 북극해를 지나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항로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항로 중 하나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현재의 수에즈 운하 등의 항로에 비해 항해 거리가 짧아 유통비용 절감면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북극해 항로를 ‘일대일로’와 연결하면 관계국들과 형성되는 경제권이 확대되기 때문에 러시아는 보다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러시아는 올해 3월 개최한 ‘국제 북극 포럼’에서 중국이 북극해 항로와 그 부근의 인프라 정비에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또 북극해 항로의 주요 항구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잇는 철도 건설에 대해서도 협력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지난 9일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북극권에 전개될 부대를 등장시키고, 이 부대를 위해 개발된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의 북극 사양 등을 선보이며, 국제사회에 북극해 항로의 완전 지배를 암시했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철2원공정집단(中鉄二院工程集団)은 2015년 6월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타타르 공화국 수도 카잔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낙찰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 측은 주요 기술과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자금 담보 설정과 승객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의 손실을 러시아가 부담한다’는 중국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두 정상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신문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일부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러시아의 경제 이익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구상에는 구소련 국가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에게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요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계속)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