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격적인 세금 인하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조업체를 비롯한 중국 내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중한 세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차오더왕(曹德旺) 푸야오그룹 회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세금 부담은 미국 기업에 비해 35%가량 높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법인세율 인하(35%→15%) 공약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최근 수 년 간 제기된 중국 내 기업들의 세금 감면 요구가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기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기업들의 생산원가 부담 감소를 위해 연간 세금 부담을 5000억위안(약 86조원)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실행으로 중국 정부는 약 두 달 뒤인 5월부터 영업세와 증치세(增値稅·부가가치세)를 부가세로 통합해 기업들의 연간 세금 부담을 5000억위안가량 줄여줬고, 실업보험 산업재해보험 양육보험 등 3개 사회보험의 기업 부담률도 낮추고 각종 행정수수료도 폐지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에도 부가세 및 소비세율 추가 인하, 사회보험료 부담 추가 완화 등 한층 적극적인 세금 인하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세금 감면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내년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법인세율 인하를 비롯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생산 공장이 미국으로 들어올 경우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해외 유보 수익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10%의 저율 과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해외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생산 공장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시행해 왔다. 미국의 각 주정부는 이에 대한 일환으로 자국으로 돌아오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해외 기업에도 토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들어 자국에서 세금에 시달리는 일부 중국 기업들도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상하이 첨단의료장비업체 롄잉은 트럼프 당선 뒤 미국 텍사스주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업체 관계자는 “텍사스 주정부의 기업 유치 정책으로 공장 부지를 매우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고, 법인세율까지 인하되면 미국 내 생산원가가 중국보다 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웨이광 톈진재경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체 세수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세율을 ‘사망세율’로 부르기도 한다”며, “중국 정부가 실물경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기업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진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