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얀늑대
필자는 시간이 날때마다 훌쩍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중국대륙을 구석구석 탐사(?)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밤차의 워푸(주로 잉워를 타야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이 제대로 조명된다- 注:워푸는 침대칸,잉워는 침대칸 중에 요금이 낮으며 3단침대로 오픈되어 있어 많은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도 좋고 낮차의 잉쭈어(제일 저렴한 딱딱한 좌석)나 그보다50%가량 요금이 비싼 루안쭈어(낮차는침대칸을 운용 안하므로 가장 고급좌석임)도 좋다. 난폭운전을 일삼고 도로 상태가 열악한 곳을 불안스레 다니는 버스보다 기차는 비교적 안전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어느 곳으로 이동하드라도 광할한 대륙에서는 승차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답답한 버스에 비길 바가 아니다.
산동의 쪼우청(공자의 고향인 곡부시와 가까우며 맹자의 고향으로 맹자와 맹자모의사당이 있음)에서 웨이황으로 갈때 서주(徐州)발 청도행 루안쭈어에 탑승했다. 요즈음에는 낮기차를 타면 나이(?) 탓인지 사람들로 복잡하고 지저분한 잉쭈어보다 깨끗하며 조용한 루안쭈어를 선호한다. 기차가 출발하면 좋아하는 용정차나 우롱차를 넣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넉넉히 부어(중국의 열차는칸마다 전기로 데우는 온수기가 있다) 우려마시면서 값싸고 푸짐한 과일을 즐긴다. 건너편 옆자리의 한 노신사가 내게 과도를 빌려 달라며 정중히 말을 건네는데 사용후에 깨끗히 씻어서 돌려주겠다는 예의있는 언어구사며 차림새가 필경 대륙의 남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닌 뿌샹 쩌이거 따루렌"(선생님은 이곳 대륙인 같아 보이지 않는군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자기는 브라질태생으로 현재는 미국국적인 화인(華人)으로 일찌기 중국에 진출하여 상해와 북경에서 8년간 있었으며 지금은 청도에 거주한다고 본지인과 다름없는유창한 표준어로 자기소개를 하였다. 우리는 여행 중 많은 대화를 놔누었으며 그는 말끝마다 연신 중국인들이 너무 불쌍하다(타이 커리엔)고 하면서 더욱 안타까운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불쌍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계속해서 중국정부를 심할 정도로 비난하는데 듣는 내가 오히려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난 그에게 " 이 기차안에는 공산당의 링다오(영도자급)도 타고 있을텐데 말조심 하라"고 해도 그의 말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그 기찻간에는 승객이 몇사람 안되었는데 우리의 대화에 참여한 서주의 한 공산당 간부는, 자식을 뉴질랜드로 유학을 보냈고 자신 부친도 고급 당간부로 은퇴하였다며 "나도 비현실적인 공산당 정권의 모순을 인정하지만 다민족 거대한 국가를 안정되게 통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 필자는 대륙의 한 켠에서"중국식 사회주의 재부활"을 본다. 어쩌면 "중화민족(한족)의 재부활"일 수도 있다. 10월이 오면 중국인들은 내복을 입는다. 기온이 떨어진 북방중국인들의 경우가 아니다. 남방의 중국인도 입는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 살면서 "중국식 삶의 관습"을 따르는것 뿐이다. 남과 다른 특이한 나의 존재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남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그러다보니 무개성화(無個性化)와 획일화 위주로 흐르고 있는것은 그들의 사회적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 외국인이나 외지인에 대한 어법도 획일화 되어있다. 중국의 어두운 면을 말하면"중국은 땅이 너무 넓기 때문에 낙후 되었고, 인구가 너무 많아 부유하지 않다"는 식의 표현도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답하는 것 언어구사 방식 중의 하나다.중국인은 예의나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수준이 낙후하다라고 하면 "어느 곳이나 좋은사람 나쁜사람 다 있다"는 식의 배운그대로의 흑백논리를 펼친다. 남방인이나 북방인의 차이가 없다. 마치 획일화된 군인처럼 학습받은 내용 그대로 표현한다. 그들이 말하는 인구론은 '50평 아파트에 3인이 살면서 10평 짜리에 홀로 사는 사람에게 우리는 식구가 너무 많아서 살기가 어려워'하는 격이다.
8월의 대학교 캠퍼스는 때아닌 우렁찬 훈련병(?)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9월에 입학하는 예비대학생들의 필수 이수과목인 군사훈련을 위해서다. 물론 여기에는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논산훈련소에서 받던 정도의 강도높은 훈련을 4주간 받는다. 본과(4년제)는 전문과(2년제)보다 기간이 더 길다. 국립이든 국유나 국영단위든 정부의 손길이 닿는 곳은 어디나 당 상부의 지시를 수행해야 한다. 심지어 아파트의 경비원이나 국영 백화점의 판매직 여직원들에게 조차 정기적으로 제식훈련들을 받게한다. 반복되는 이런 "군대식 공산당 선진성 교육"으로 순순히 복종하는 순한양(?)으로 개조되며 '획일화, 군사화'되어 가고 있다.
모든 분야에 전시상황의 '가상씨나리오'를 설정하여 힘든 고난의 전투를 거쳐 승리를 쟁취하여 "전사'에 의해 해방된 위대한 조국이 더 발전된 미래지향적인 신조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조국을 위한 "전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투쟁의 사업에 '삶의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발전의 원초적 기술이 될수 있는 산업정보를 빼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경제산업전사들이 해외로 나가 있고,학문을 위해 나간 유학생 전사들도 조국(중국)으로 돌아와 조국을 위한 삶의 길을 찾고,조선족 전사들도 한국인 사장밑에 월급받고 있어도 조국인 중국에게 불리한 조건의 계약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획일화,군대화된 "중국식 사회주의 인민문화'는 설정된 대상인'조국'에 맹목적 충성을 강요한다.
많은 서방국가들은 개방된지 20년이 넘는 중국이 민주화나 자본주의 문화에 동화되기는커녕 서방문화를 겉으로만 받아들이고 내부적으로는 더욱 단단하게 그들만의 '사회주의 혁명사상적 문화'로 결속되는 것에 놀라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잇다. 폴란드나 불가리아 등 ,과거의 공산당 동유럽국가들은 그들의 종교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사회주의 노선을 택했으나 붕괴되면서 바로 기존 유럽사회로 동화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그들의 전통적 종교나 철학적 가치관마져 부정하며 독특한 중국식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한 채 부유한 서방경제를 도입 접목하여 스스로의 자본을축적했고 인민을 '예스맨"으로 변형시켜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20년전의 낡은 홍콩의 무협필름을 TV에서 3탕 4탕으로 방영을 해도 어느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같으면 광고방송을 그렇게 많이 내보내면서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거센 항의와 반발에 부딪쳤을 것이다. 식당에서도 음식이 짜든, 맛이 없든 감정을 밖으로 쉽게 표현하지 않는다. 입맛대로 시청자를 무시해도,거짓말을 정말이라고 해도, 허구나 과장성 기만을 해도 비평하는 사람 없다. 아니 비판 및 표현의 기능을 거세당했다고 보는게 옳다. 국민의 눈치를 보지않고 자기네 의사대로 거대한 국가를 운영통제하는 통치적 조건하에서 경제재건에 성공한 중국은 자신의 사회주의 토양위에 자본주의 서방경제와의 접목에 성공했다는 "중국식 경제발전론"에 더욱 확실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곧 세계 최대의 강대국인 미국을 능가 할 것이란 신념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으며 이의 계속적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여년간 체제사상을 더욱 굳건히 하여 내부결속을 다지고 부유한 서방경제를도입하여 스스로의 자본을 축적하여 그 자본으로 세계 거대 알짜기업의 사냥에 나서고 있고, 어느 석학의 예측처럼 세계의 공장 50%가 2020년 이내에 모두 중국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인들은 중국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은 결코 다시 나갈 수 없게 한다는 다소 현실과 괴리가 있는 국수주의에 가득차 있다. 경제 모든시스템이 획일화, 상부하달식의 일사분란한 체제속에서 경제대국화 및 스포츠대국화에 이어 군사대국화를 향한 발빠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0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