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에서 가공무역을 해온 SY피혁과 SO피혁(양사 모두 가명) 2개 중견 기업체 사장을 포함한 한국 직원 약 35명이 지난달 중순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중국인 근로자나 은행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이들의 `도주작전`은 치밀했다.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30여 명이 일제히 옌타이 위하이 등 인근도시로 흩어진 뒤 중국을 빠져나간 수법이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가공무역 금지, 환경오염 단속 강화 등으로 중국 내 영업환경이 지난해부터 크게 악화되면서 `야반도주`하는 한국 중소ㆍ영세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롄지역에서도 가공무역을 해오던 중견 봉제업체 임직원이 최근 야반도주한 것으로 확인됐고 광저우 등 여타지역으로 유사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은 야반도주하는 한국 업체가 연간 매출액 3000만~4000만달러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 대한 신용도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동종업계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은행들의 대출회수 △중국정부 감시감독 강화 △중국 근로자ㆍ토지소유주와의 분쟁심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야반도주를 감행한 SY피혁과 SO피혁도 연간 매출액 3000만~4000만달러를 유지하며 칭다오에서 중견기업체로 대접받던 업체여서 현지 상공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두 업체가 중국은행에 상환하지 않은 채무가 각각 1500만~2000만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중국 근로자 각 300여 명에 대한 임금도 체불 상태다.
이와 관련해 칭다오 현지 상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소규모 영세업자들이 야반도주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 2개 피혁회사의 경우 채무 규모나 임금체불 규모가 상당히 큰 중견업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은행들의 대출금 회수, 중국 세무ㆍ세관 당국의 감시강화 등 부작용도 곧바로 현실화되고 있다.
칭다오 현지 상공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동종업계에 대한 대출금 회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대출이자율 인상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제가 나란히 운영하던 2개 피혁회사가 그 동안 신용도가 높은 중견업체로 대우받으면서 세관통관 등에서 우대혜택을 받아왔던 점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란 염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세관이 한국 기업들의 원자재 통관 등에서 보다까다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서 야반도주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가공무역 금지 조치 등으로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된 데다 중국에서는 기업을 청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2004~2005년 4차례에 걸쳐 341개 품목의 가공무역을 금지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804개 품목을 가공무역 금지 품목에 추가했다.
전체 가공무역 품목 중에서 9.3%인 1145개가 저부가가치, 환경오염, 에너지 고소모 품목으로 지목돼 가공무역 금지 품목으로 분류되면서 원자재 수입관세 면제, 제품수출시 면세혜택 등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사활의 기로에 내몰렸다.
이번에 야반도주한 2개 피혁회사도 지난 2005년 말 생가죽 품목이 가공무역 금지업종으로 분류된 뒤 1년 동안 유예기간을 적용받았으나 최근 유예기간이 만료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야반도주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달 내 칭다오 광저우 등 한국 기업 집중 진출지역에 실태조사단을 파견하고 대책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칭다오ㆍ다롄지역 KOTRA 무역관은 "중국의 사업환경 악화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제3국 이전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달중 중소기업을 상대로 베트남 진출 설명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최경선 특파원]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