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치밀하게 추진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한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학술적 대응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사학계의 중론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들이 대부분 해외에 남아있어서다. 고구려는 국내에도 일부 유적이 남아 있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발해에 대해서는 중국 현지의 유적관리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중국,조선족 가이드의 유적설명 금지=중국내 고구려·발해 유적의 훼손 및 역사왜곡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자 중국은 조선족 가이드들의 유적지 설명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최근 중국내 여행사들에 공문을 보내 “고구려·발해 유적지에 대해서는 모든 가이드의 설명을 금하고 전문 안내원인 현지 문화재관리국 직원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조선족 가이드들의 유적 설명도 전면 중단됐다. 현지 여행사들은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에 익숙하고 현지인에 비해 비교적 한국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조선족을 견제하기 위한 방침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한국말로 유적을 설명할 경우 현지 문화재관리국 직원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조선족 가이드와 함께 이들 유적을 찾을 경우 별도의 문화재관리국 직원이 나와 설명하고 가이드는 통역만 담당하게 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워낙 역사적으로 민감한 문제여서 이런 정책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문이 내려간 뒤 고구려·발해 유적지에서는 한국인들과 현지 직원들이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중국 문화재관리국 직원이 “고구려와 발해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설명할 때마다 한국 관광객들이 크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중국 환런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조선족 가이드는 “한국 대학생이나 역사학자들이 왔다가 설명을 듣고는 ‘저게 무슨 소리냐’며 화를 내 관리국 직원들과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한번은 화가난 중국 공안이 벌금을 부과하려 해 겨우 말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동북공정,대응 방법은=중국이 동북공정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고구려사·부여사·고조선사에 대한 왜곡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국 사학계의 판단이다. 중국의 과거 역사서에서도 이들의 역사를 한국사로 인정하는 기록이 나타나고 있고 국내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공유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서도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 있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그러나 발해사에 대해서는 한국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 대학의 양모 교수는 무엇 보다 중국 논문을 번역한 뒤 그에 대한 대응 논리를 내세우는데 급급한 한국 사학계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한국 사학계에서 대응책으로 내놓은 논문집 등을 보면 중국인들의 연구결과를 번역한 뒤 명확한 근거 없이 대응논리를 전개해 놓은 것들이 많다”며 “꾸준히 중국내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정부가 고구려 역사재단을 동북아 역사재단으로 통합,출범시키며 의욕을 보이긴 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같이 침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지 분위기 파악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가동해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행보 파악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