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11월 4일 '국민화합의 날' 행사를 맞이하여,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가행진(일명 '러시아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러시아 행진' 집회와 시가행진 행사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바스톡 등 러시아의 크고작은 도시에서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고 행사에는 극우민족주의자들 이외에도 스킨헤드와 나치주의자들도 대규모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민화합의 날'을 '국가화합의 날'로 정의하고 러시아를 외국인으로부터 해방시키자는 의미로 해석, 러시아 내 불법체류자들을 쫓아내는 날로 기념하고자 한다. 따라서 집회가 외국인을 향한 폭력사태나 인종간 충돌로 번지지 않을까 시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집회 예정일 하루 전인 3일에는 블라디보스톡 중심가에 극우주의적 문구들과 민족간 충돌을 옹호하는 나치주의자들의 포스터들이 거리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미 러시아 전역 시정부에서는 이 행진과 집회를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을 주최측에 통보하였다. 시경찰청에서는 이번 행사와 관련 경찰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하였고 각국 대사관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비상 공지문과 대책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편, '반민족주의자'들의 모임에서는 스킨헤드와 극우민족주의자들의 행사를 전면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세력간 대규모 충돌도 예상된다. 특히, 최근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 내 소수민족들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는 시점이라 불안과 우려는 더욱더 증대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이루크츠크에서는 '안티 중국인' 집회가 예정되어 있어 인종간 충돌 또는 외국인 테러가 감행되지 않을까 불안과 공포로 휩싸여있다. 이루크츠크시는 인근 러시아-중국 국경을 기차나 버스로 넘어온 상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고, 시 중심가에는 대규모 '차이나타운(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며칠 전, 모스크바 시장 유리 루지코프는 작년 '러시아 행진' 집회시 극우세력들의 국수주의적-쇼비니스트적 발언과 시위 문구를 예로 들며 일반시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주는 이러한 집회를 절대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발렌티나 마트비엔코는 시에서 허가하지 않은 어떠한 집회도 용납할 수 없으며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끊임없는 스킨헤드들의 법행과 테러로 악명 높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대규모 특수경찰과 중장비도 동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가행진 주최측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고 장소변경을 알리며 시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미 3일 저녁(한국시간 4일 새벽) 블라디보스톡에서는 행사 주최측과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고 극우세력 '불법이주자반대 운동본부'의 대규모 '안티 이민자'집회는 민족간의 충돌과 러시아 내 외국인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1월 4일 '러시아 행진' 행사의 한 주창자인 드미트리 로고진 조국당 당수는 정부의 경고와 국민들의 반감이 증가하자 '불법이주자반대 운동' 위원장에게 도심 중심지에서의 집회를 철회하고 정부에서 허락한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시키라고 당부했다고 러시아 BBC 인터넷판은 전했다.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노브스키는 정부가 불허한 집회에 참여한 두마위원들은 모두 위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 행진'의 심각성과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러시아 행진' 집회의 주창자인 자유민주당소속 두마위원 니콜라이 쿠리야노비치가 당에서 쫓겨나는 사건도 있었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지난 1일 '11월 4일(토) 국민화합의 날 모스크바에 스킨헤드 집결, 거리행진에 따른 교민안전을 위한 강조사항'을 공지하고 교민들의 안전을 당부했다.
[오마이뉴스. 정인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