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선로 내려앉아 고속철이 속도 못 낸다
고속열차(KTX)가 속도를 줄여 운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선로가 아래로 내려앉거나 뒤틀리는 문제점 때문이다. 느슨해진 선로 위를 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면 차량의 진동이 심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탈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19일 국회 건교위 주승용(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고속열차의 속도 제한 현황'에 따르면 선로에 문제가 생겨 고속열차가 속도를 줄여 운행한 횟수는 2004년 47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30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8월 말까지 87건의 속도 제한이 있었다. 이 중 선로에 문제가 생겨 속도를 줄여 운행한 것은 2004년 33건에서 2005년 114건, 올해는 73건이었다.
KTX의 고속선로는 흙으로 다진 땅 위에 자갈을 덮고 그 위에 침목을 놓은 뒤 레일을 깐 '자갈 궤도'다. KTX는 시속 300㎞ 가까운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선로에 조금이라도 굴곡이 있으면 안 된다. 선로에 문제가 있는 지역에서 열차는 시속 170㎞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일부 구간에선 열차가 속도를 시속 70㎞로 줄인 경우도 있었다.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인 셈이다.
주 의원은 "자갈 궤도는 시간이 갈수록 자갈과 흙 등이 더 촘촘하게 다져져 선로 처짐과 같은 고장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라며 "KTX 선로는 거꾸로 고장이 계속 늘고 있는데 부실시공이거나 유지 보수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 강태구 선로관리팀장은 "개통 초기 열차 운행과 유지 보수 등의 시행착오로 선로 고장이 더 많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근본적 문제는 없다"며 "내년께면 선로가 제대로 다져져 고장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KTX를 만든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선로가 다져지기 전에 열차 운행이 크게 늘어나 이상이 자주 발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장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황선근 박사는 "선로 고장이 발생하는 데는 궤도 상태와 운행하는 열차의 중량 등 여러 가지 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사례마다 하나씩 구체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봐야만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보수 요원이 KTX를 직접 타고다니며 열차의 진동 등으로 선로 상태를 확인한다. 궤도 상태를 점검하는 검측차를 이용해 선로 고장을 찾아내고 보수하기도 한다. 보수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선로 유지 보수 비용은 2004년 17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00억원대로 늘어났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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