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중국]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기독교인들의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며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은 중국 중산층이 ‘영혼의 자유’를 위해 교회로 몰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상하이 남쪽 저장성 기독교인들은 저장성 수도인 항저우를 중심으로 공공연히 정부 탄압에 공개적으로 저항하면서 당당하게 자신들이 기독교인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정교회로 명맥을 이어온 이 지역 기독교인들은 최근 예배에 참석하는 숫자가 크게 늘면서 중국 정부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는 삼자교회에 공식 등록하고 십자가를 내거는가 하면 독자적 교회 건물을 세우기 위해 정부와 충돌을 빚기도 한다.
WP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올 여름 항저우 근교에서 있었던 한 교회의 저항을 소개했다. 항저우 시아오샨 구역에 있는 이 교회는 85년 역사를 갖고 있다. 독자적인 교회 건물도 있었으나,중국 정부는 몇해전 건물을 압수해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인들은 정부에 끈질기게 보상을 요구했다. 당국은 고속도로 주변 땅을 제시했으나 교인들은 예배를 드릴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한 곳이라며 거부했다. 정부의 고자세에 지친 교인들은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쓰루원이란 마을에 스스로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7월24일 월요일 아침 새로운 교회 부지에 모인 교인들은 스스로 밥을 짓고 자재를 조달해가며 맨손으로 건물을 만들어갔다. 공사는 놀랍게 빠른 속도로 진척돼,토요일인 29일 아침이 되자 지붕을 제외하고 모든 벽이 다 올라가 교회 외형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
그날 오후,수백대의 트럭과 4대의 불도저,수천명의 경찰이 교회 건축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교인들에게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구경 나온 주민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모습을 찍었다. 경찰은 “정부의 공적 결정을 누구도 막을수 없다”며 “거짓을 꾸미고 소문을 내거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는 처벌하겠다”며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3000명에 이르는 교인들은 불도저에 맞서 저항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과정에서 50명 이상이 끌려가고 여러명이 구타당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6명의 교회지도자가 구속됐으며,중국 사법당국은 이달 중 이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사건을 “정부가 불법건축물을 철거했다”고 간단하게 보도했으나,기독교인 사이에서는 교인들이 저항하고 경찰과 충돌해 구타 당하고 체포됐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갔다. 이 지역 주민들은 소문을 막으려는 경찰의 감시 때문에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경찰들은 기자를 가장해 기독교인들에게 접근해 함정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항조우의 저장대학 천춘푸 교수는 “이 지방의 기독교인들은 사회적인 영향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젊으며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대학생과 변호사,사업가 들이 교회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공식 삼자교회에서도 수요예배와 같은 주중 모임을 금지시켰지만,일부 교회는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믿고 모임을 강행하고 있다. 지하에 숨어 예배를 드리던 가정교회들이 삼자교회에 등록해 건물 밖에 십자가를 내걸기도 한다.
원조우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후치언지에(32)도 기독교인이다. 후씨가 다니는 교회는 삼자교회에 소속돼 있지만 삼자교회의 지침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교육을 받았지만,동생이 병들었을 때 찾아와 기도해준 기독교인들의 모습에 감동받고 17살부터 교회에 나가게 됐다. 후씨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달라 혼란이 왔다”며 “사회주의는 좋은 것이고,모든 이는 평등하다고 했으나 나는 가난했고 동생은 생명을 위협받았다”고 회상했다.
그의 교회는 성경에서 말하는 복음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그 복음이 중국 사회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돼야하는지 연관지어 설교한다. 후씨는 “중국인은 언제나 우리의 문화와 맞지 않는 것들은 거부해왔지만,기독교 문화는 외부사회의 유용한 교훈을 받아들이는데 아주 능동적”이라면서 “정부가 일어버린 도덕적인 지도력을 교회는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장 지역에서 삼자교회와 가정교회를 모두 인도하고 있는 정다텅 목사는 중국의 교회가 중산층에게 중요한 탈출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기 사업을 갖고 있는 중산층이 교회에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은 차,집,돈 모든 것을 갖고 있지만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겐 영혼의 안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