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문과 방송 등 언론들은 ‘동북공정’에 대해 침묵한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은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으로 와글와글하다. 한국의 동북공정 관련 언론보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일일이 토를 달고 반박한다.
13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닷컴의 ‘고구려 카페’에는 중국 네티즌이 올린 2,750건의 주장과 2만9천3백29건의 댓글이 달려 있다. 공식 언론이 침묵하는 것과 달리 사이버 상에서는 고대사 설전이 뜨겁다.
젊은층이 주류인 이들 네티즌은 중국 사회과학원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 북부를 중국 땅으로 가져오는 한반도 공정을 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고대사 왜곡을 주도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 더 과격하고, 중화 민족주의적인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현대 한국인의 조상은 한반도 남쪽 삼한(三韓) 부락이라고 주장했다. 삼한이 발전한 백제와 신라는 한반도 절반, 남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며 이들과 동시대인 고구려는 중국 민족인 고구려족(高句麗族)이 세운 국가라는 주장이다. 그는 ‘고구려’라는 나라 이름이 한(漢)나라 관할이던 고구려현에서 따온 것이라면서, 당시 한반도 북부는 한나라 영토였고 고구려는 한나라 속국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구려는 서진(西晋)이 차지했던 한반도 북부 영토를 접수했고 당나라가 다시 고구려를 멸망시켜 한반도 북부를 차지한 만큼 한반도 북부는 왕건(王建)이 세운 고려가 차지할 때까지 2,000년 동안 중국 민족이 차지했다고 이 네티즌은 주장했다.
한반도 북부지방의 최초 지방 정권은 중국 상(商)나라 사람 기자(箕子)가 세운 기자조선이며 뒤이어 연(燕)나라 사람 위만(衛萬)이 세운 위만조선 등 고조선은 당연히 중국민족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이씨 조선이 있지만 이는 명나라가 하사한 국호일 뿐 이전에 있었던 고조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왕건이 세운 고려도 고구려의 기상을 잇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 고구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왕조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한국사가 반만년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역사 날조는 한국 국력의 증강과 민족주의 의식의 고양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은 역사 기술을 존중해 삼황(三皇)과 하(夏)나라는 전설이며 자국 역사 시작을 상나라로 보고 있는 반면 자존심이 강한 한국 사람들은 신화의 인물인 단군을 역사에 집어넣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날조를 통해 중국 문화에 부속된 작은 나라의 역사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대국으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사람들은 20세기 이전만 해도 국가가 약소하고 대륙 왕조의 선진 문화를 열심히 받아들였으나 일본 통치를 벗어난 뒤 민족주의가 일어나고 그들은 중국왕조와의 유대관계를 없애기 위해 5,000년 역사를 날조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한 네티즌은 상당수의 한국 학자들도 고구려가 오늘날 한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한국 학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사람들의 꿈은 독립적이고 강대한 역사를 만드는 것으로 이런 일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부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의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한국 사람들이 중국 동북지방을 과거 자기네 조상 땅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두산에 올라온 일부 한국 관광객들이 ‘우리땅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머리띠를 하고 있다거나 고구려 유적인 오녀산성에 들른 한국 사람들이 산성의 나무에 고구려는 한국 땅이라는 내용을 적은 손수건을 거는 행동은 문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네티즌은 한국의 역사 왜곡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며 과거 춘추시대 나라이름인 ‘한국(韓國)’을 한국이 더이상 쓰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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