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따른 고대사 왜곡 시정에 소극적인 채 지난 2년을 허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2004년 고대사 왜곡 시정에 노력하기로 우리 정부와 구두 합의했으나 이렇다할 시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교과서 출판사인 중국 인민교육출판사는 2003년 개정판부터 한국 고대사를 완전 삭제했다가 우리측의 항의를 받아들여 지난 6월 새로 나온 중학교 3학년용 ‘세계역사’에는 한국 고대사 관련 기술을 일부 게재했다. 그러나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기술하는 내용이 고작 7줄인 데다 그것마저 부록에 넣는 데 그쳤다. 더욱이 조선 태조(太祖) 이성계 사진으로 영조(英祖) 사진을 잘못 집어넣는 오류마저 범하고 있다. 2003년 이전에 사용된 ‘세계역사’ 교과서에는 한국 고대사가 한 쪽 반에 걸쳐 기술된 바 있다.
더구나 인민교육출판사는 100여개가 넘는 중국 교재 출판사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며, 다른 출판사의 세계사 교재에는 여전히 한국 고대사 기술이 빠져 있는 형편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주장과 달리 이미 동북공정이 중국 중등교과서에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북지방에 있는 고구려 유적 안내문도 ‘고구려가 중국 고대 소수민족 정권’이라는 용담산성 표지판은 고쳤지만 지안(集安)시 박물관 안내 표지석과 봉황산성 안내판 등 대부분의 유물 안내판은 여전히 고구려를 중국의 한 고대 정권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문화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중국문화망(中國文化網)’은 고구려를 ‘중국 고대 변강(邊疆)의 소수민족 정권’으로 표기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고대사 왜곡 현상을 발견하는 대로 중국 정부에 시정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방에서 중앙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출판물은 관리감독 소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8일 고구려의 역사적 기원이 중국 연(燕)나라에 있다는 주장을 담은 중국 지린성 사회과학원의 논문을 공개했다.
‘지린성 사회과학원의 동북사지(東北史地) 2005년 제1기’ 중 논문 ‘중국 장백산(張白山·백두산의 중국 이름) 문화 본원론’은 “고구려는 기원전 37년에 건국하였다. 그러나 기원전 1000년 정도의 문물이 발견되었는데 본래는 연나라 문화의 것”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연나라는 가장 먼저 장백산 문화를 개발한 한족의 선조”라고 강조했다.
유의원은 “중국 사회과학원은 순수 학술 연구가 아니라 중국식의 왜곡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의 백두산 개발, 발해사 왜곡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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