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 중부 지역에서 폭동진압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 약 10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 빈과일보(Apple Daily)는 7일(현지시간) 중국 후난성(湖南省) 샹인(湘陰)현에서 이주민과 현주민 간 충돌이 확대되자 경찰이 진압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약 1000명의 경찰들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충돌, 민간인 등 약 1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지난 몇 주간 샹인현에서 주민들 사이에 분쟁이 계속돼 왔다고 전했다. 성도일보(星島日報)는 타지에서 온 이주민 약 300명이 현주민의 상점을 부수고 난동을 부렸으며 지난 2일 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 유혈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3일 이주민과 현주민 사이에 갈등이 촉발됐으며 이틀 뒤인 25일 무장한 이주민들이 상점을 부수고 공안당국의 건물을 포위하며 폭동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 민방라디오는 시위 진압을 위해 경찰이 배치됐지만 주민들을 "학대 또는 살해하지 않았다"는 후난성 지방정부측 입장을 인용, 보도했다.
빈과일보는 "경찰이 샹인현 지방정부에 항의하려고 모인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다 실패하자 (시위 진압 명목으로) 발포, 약 100명이 사망했다"는 중국 인권운동가 훙윈저우(洪運周)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샹인현 지방정부와 공안국은 지난 1일 별도의 성명을 발표, 신속한 사태처리를 통해 주민들이 빠른 시일 내로 일상적인 생활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샹인현 주민소요 사태와 관련, 현재까지 밝혀진 구체적 사고경위는 없다. 현재 사고지역 주변은 출입이 봉쇄된 상태로 전화연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왜 발생했나...경제성장 과도기 현상 '이익충돌'
빈과일보는 이번 사태발생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바로 '이주민-현주민간 생계를 위한 이익충돌'과 '토지 보상금 문제를 둘러싼 주민-당국간 충돌'이다. 두 가지 원인 모두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상당한 경제성장을 보이며 사회 안정화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이같은 내홍에 휩싸여 있다.
이번 소요사태가 발생한 샹인현 이주민들은 지난 1950∼1960년대 생계를 위해 인근 신화(新化)현에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이주민에 대한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주민과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마찰을 빚어왔다. 현주민의 입장에서는 이주민들이 '내 밥그릇을 빼앗는 굴러온 돌'로 보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언론들은 현주민들이 이주민들을 '악바리'라고 부르며 폄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충돌 과정에서 쌓인 악감정의 표출로 풀이된다.
토지 양도를 둘러싼 보상금 문제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예측도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도시 및 산업개발을 위한 토지수용 및 강제이주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하지만 당국의 보상금과 이주대책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주민의 불만이 높고 이로 인해 주민과 당국간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대도시와 달리 집단농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토지 소유권이 없는 농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땅을 내놓는 일이 빈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 이익충돌 양상은 어떤 모습인가...생계형 집단시위
중국에서는 최근 생계형 집단시위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샹인현에서 발생한 생계형 집단시위의 모습은 이전에도 많았다.
지난 1월19일 중국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에서 토지 보상금 문제로 발생한 주민과 당국간 충돌이 일례다. 당시 2만여 명의 주민들은 당국이 고속도로와 의류공장을 건설한다며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 뒤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금을 지급하려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은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고 이로 인해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주민-당국간 이익 충돌 사건은 '바오부거우(瀑布溝) 수력발전소' 사건이다. 지난 2004년 10월28일 중국 쓰촨(四川)성 한위안(漢源)시에서 10만 명의 농민들이 수력발전소 건설과 관련, 지방정부가 농지 보상금을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다며 1주일 넘게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으며 지방정부는 결국 발전소 건설 잠정중단을 약속했다.
중국 당국도 이같은 집단시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중국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발전단계에 있다며 이로 인해 과도기적 모순이 시위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생계형 집단시위를 포함,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충돌 사건이 올해 들어서만 8만 7000여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증가한 수치로 지난 1993년에 비해 7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 中, 돌파구 찾을 것인가
대규모 시위가 증가하면서 중국 당국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당국은 경제발전 과도기에 발생하는 새 현상에 대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집단시위와 관련, 질서 유지에 위배되는 시위 정보를 차단하고 시위 주도자를 처벌한다는 등의 대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이라 여전히 미숙한 대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샹인현 사태가 대표적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생계형 시위가 발생,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생계를 위해 지역을 떠난 이민자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고충처리제도 등을 마련하며 방안 모색에 힘쓰고 있다.
송주영기자 songjy@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