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자 처리 이중잣대
[한국일보 2006.05.28 18:59:35]
지난 19일 탈북자 4명의 선양(瀋陽) 주재 미국 총영사관 진입은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는 중국의 한국 특파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사건이었다. 다시금 한국 외교 역량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 총영사관에 머물던 탈북자들이 담을 넘어 미국 총영사관으로 가버려서가 결코 아니다. 이들이 미국 총영사관 진입 전 무려 8개월간 한국 총영사관에서 힘든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들은 사선을 넘듯 한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쉽게 한국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햇볕조차 쬐기 어려운 한국 총영사관 사무실에서 8개월을 보낸 이들의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형극과도 같은 탈북자들의 한국 공관 체류 기간이 짧아지기는커녕 점점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1년 이상 공관에서 머문 탈북자도 있다. 공관 체류 탈북자들이 많다 보니 공간 부족으로 교대로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은 중국 탓이다. 설사 공관 진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한국행이 쉽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기 위해 중국은 순순히 한국행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태도는 다분히 이중적이다. 중국 주재 다른 나라 공관 또는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은 보다 관대하게 처리돼왔기 때문이다. 2004년 상하이(上海) 미국 국제학교에 진입했던 탈북자들은 3개월이 채 안돼 한국으로 들어갔다. 힘 있는 나라나 제3국이 개입될 경우 중국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중국은 한국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저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탈북자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2001년 장길수 군의 베이징(북경)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진입을 필두로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이 이어진 지 5년이 흘렀다. 중국측도 태도를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