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 전자상가는 ‘짝퉁 한국산’ 천국…단돈 300위안에 삼성·LG MP3P 거래
[쿠키 경제]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지역으로 지정된 광둥(廣東)성 선전시. 홍콩과 인접해 있는 이 곳은 하루 유동인구만 500만명에 달한다는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이다.
지난 24일 관광객으로 가장해 모조품(짝퉁)의 천국으로 불리는 선전역 부근 전자상가를 찾았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겉으로는 우리나라의 용산 전자상가와 흡사했지만 상점 안에 들어서자 전자제품 뿐만 아니라 핸드백,시계,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삼성과 LG의 MP3 플레이어가 단돈 300위안(약 3만9000원)에 팔리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상점에 들어서자 점원은 여기에 진열된 상품들은 B급이고 A급 모조품은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눈치챈 점원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이내 잰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건물을 벗어나 지하도를 지나 한참을 걸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여점원이 다시 길을 안내했다. 최근 짝퉁거래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자신들의 루트가 드러나지 않도록 점조직 형태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다른 여점원이 일행을 데리고 간 곳은 1㎞ 정도 떨어진 허름한 상가건물. 처음엔 16층이라고 하더니 불쑥 14층에 내렸다. 천장에는 여러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짝퉁이 얼마나 비밀리에 거래되는지 알 수 있었다. 여점원을 따라 14층 모퉁이로 돌아서자 철문이 달린 창고가 나왔다. 철문이 열리자 7평 정도 돼 보이는 비밀점포에는 루이비통,구찌,샤넬,발리 등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20위안(2600원)짜리 열쇠고리부터 200∼500위안을 부르는 가방,구두,벨트,의류 등 없는 게 없었다. 제품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진짜 명품과 전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현장에는 명품 카탈로그가 비치돼 있어 즉석에서 비교해볼 수 있었다. 달러 위폐가 유통돼서인지 물건값으로 위안화만 받는다고 했다. 카드는 물론 사용할 수 없었다.
최근 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 회사들이 중국 정부에 모조품 단속을 요구하고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단속이 심해졌다는 한 가이드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실상이 이 정도라면 잘 나가는 한국산 제품의 짝퉁들도 얼마든지 진품으로 둔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전=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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