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중남미 순회공연을 마시고 선선한 반지하 방으로 돌아왔다.
비록 구질구질하고 햇빛도 안들어 오는 반지하 방이지만
휴대용 가스버너, 컴퓨터, 테레비, 오디오, 냉장고, 홀로 사용하는 화장실 등등
대부분 구질구질한 눅거리 중고지만 혼자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1달에 40불, 50불 저렴한 같은 월세방에서 구질구질한 순회공연으로 전전하다
창문도 없는 햇빛도 안 들어 오는 반지하 방에 오면
10여년 전 도쿄 근방 공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20일간 힘든 노가다를 하고
후쿠자와 유기치가 그려진 20장이 조금 넘는 새 지폐를 주머니에 넣고
도쿄에서 방콕으로 가는 인도 비행기를 탈려고 나리타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다음날 뱅기를 기다리는중 인도쪽 날씨 관계로 당일 떠나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지금 기억으로는 2끼 식사가 포함된 Tokyu호텔에서
난생 처음 어리버리하게 1박을 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나의 거처라 그런지
지금 지내는 반지하방이 그 화려한 고층 Tokyu호텔 보다도 편하다.
당시 나리타 공항 벤치에서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노숙을 하였는데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를 놀라게 한 건 다름아닌 제복을 입은 일본 경찰이였다.
밤 11시 경에 3명의 경찰이 와서 벤치에서 막 잠들려고 하는 여려명에게
여권 검사를 하더니 다들 잠들어 자는 1시경에 다시 여권 검사를 하였다.
그동안 순회공연중에 여러 공항에서 구질구질하게 노숙을 하였지만
공항에서 그것도 다들 곤히 잠자는 새벽1시에 사람들을 흔들어 다 깨워
여권을 보여 달라는 예의 없는 경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처 보지 못했다.
체류기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출국 검사시 따로 문제 삼아
벌금을 물리거나 추방을 하면 될 일을 다들 곤히 자는 야심한 시간에
공항에서 범죄인 취급하듯이 왜 미리 검사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 순회공연에서도 항상 그러하듯이
가는 뱅기표 좀 뺄려고 지난 번에 숙소에서 주문 받은 물건과
개인적으로 가져간 물건등을 배낭에 넣어 가지고 들어 갔으나
약속과 신용은 밥 말아먹은 현지인에 대해 완전 두 손을 들었다.
약속을 안 지킬때 쓰는 그 흔한 말인 "소리" 도 없다.
그동안 여러차례 현지인이 주문한 물건을 가지고 갔으나
약속되로 구입한 현지인은 그 누구도 없었다.
이제는 현지인들이 주문한다고 말을 하면 한 귀로 흘러보낸다.
주문한 물건을 약속되로 구입하면 순회공연에 문제가 없었으나
약속과 다르게 구입을 안했고, 파는 물건도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그 가격에 팔지 못하고, 갈 때 미리 가져 간 2달 공연비로
2달은 예정되로 구질구질하게 순회공연을 하다가
1달 정도 남은 순회공연은 준 노숙자의 구질구질한 나그네가 보기에도
바닥에서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든 극한의 순회공연을 하였다.
가져간 여러 물건 중에 1개만 팔아도 1달 구질구질한 순회공연비가 나오기에
조만간 팔리겠지 팔리겠지 기다리다가 결국엔 팔지 못하고
나중에는 수중에 1200원이 남았을때
공원에서 알고 지내던 현지인이 지폐 1장, 4000원 정도 되는 돈을 빌려주기에
저녁시간에 라틴 음악을 들으며 가끔 홀로 마시는 맥주도 건너 띄고
빵, 커피, 바나나, 옥수수, 양상추...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1주일을 구질구질하게 순회공연을 하였다.
하루는 공원에서 만나 알고 지내는 부부중 남편은 구두를 닦고
부인은 아린 아이들을 데리고 사탕이나 과일등을 파는데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가 개털이 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서 들었는지
공원 벤치에서 행인들을 구경하며 120원짜리 노점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구두를 닦는 남편이 나의 옆에 앉더니 진지하고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거와 같은 나무로 만든 큰 구두통은 8불이면 구입할 수 있으니
자신처럼 공원에서 구두를 닦아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였다.
너무나 진지하게 권유하는 바람에 속으로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그래도 이 친구는 동양에서 순회공연 온 구질구질한 나그네가
걱정이 되어 이런 고마운 일거리를 권유 하였지만
주변에 많은 이들은 혹시 자기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불똥이 뛸까봐 그런지 서글프게도 알아서 거리를 두는 처신을 하였다.
귀국 20일 전 쯤에 방값 20일치를 선불로 내야 하기에
방값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리 2일 전에 아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일단 통장으로 입금을 받고 2일 후인 방값을 내야 하는 날에
주인 딸에게 현재 통장에 방값이 입금이 되었는데
ATM을 사용시 수수료가 많으니 방값을 좀 늦출 수 있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해서 늦추다가 귀국 1주일 전 까지도 물건이 안 팔려서
결국 ATM에서 돈을 인출해 방값 20일치와
현지인에게 빌린 지폐1장을 약속된 날짜에 돌려 주고
남은 1주일은 그동안 본의 아니게 풀등으로 다이어트를 해서인지
매일같이 통닭이 땡겨 수퍼에서 파는 2000원 정도 하는
반마리 전기 통닭과 맥주등으로 때우고 돌아왔다.
5년 전인가..
남미에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8일간 파격적인 유치장 순회공연을 마치고
다음 나라인 콜롬비아에서 돈이 필요해서 ATM으로
중남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인출을 하였는데
수수료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그 이후로는 비상용인 체크카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확인해 보니
이상하게 수수료가 현지 ATM 부분만 조금 나가고 해서
필요시에는 바로 인출해 사용하면 될 것 같다.

▲ 준 노숙자들이 사는 산촌의 달동네 모습 |
이번 순회공연도 항상 그러하듯이
산촌과 바닷가 2지역에서 전에 얻은 같은 주인의 셋방을
40불, 50불을 주고 얻어 구질구질하게 순회공연을 하였고
인심은 좀 떨어지지만 선선한 날씨와 늘씬한 미인들이 많은
산촌에서 구질구질한 사람들인 달동네 준노숙자나
길거리에서 자는 노숙자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번에도 DSLR 카메라와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가져갔으나
항상 찍는 곳이 같은 장소이다 보니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불편한 큰 카메라는 사용을 안하게 되고 전부 반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작은 카메라로 1만장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이번 순회공연에서는 참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3가지나 일어나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를 무척 당혹스럽게 하였다.
반면에 반가운 일이라면 말이나 글로서의 짝뚱 무소유가 아니라
몸소 온몸으로 무소유를 실천하며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에게 무소유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준
달동네에 사는 오리지날 준노숙자와 남들은 더럽다고 피하는 노숙자들과
더욱 친밀하고 부담없는 관계로 격상되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3가지 안타까운 일은
오래 전에 만나 인연을 맺었던 동물원 원숭이 가족으로
지난 번 순회공연에서는 개인적인 여러 일로 동물원에 가지 않아서
못 만나던 이 원숭이 가족들을 이번에 가서 반갑게 만날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다른 동물원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만나질 못했다.
이사 간 동물원이 거리도 멀고 해서 가기에 쉽지 않지만
근처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가게 되면 다시 만날수 있을거 같다.
그리고 너무 충격적이라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믿기지 않는다.
지난 글에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가 작은 마을에서 순회공연을 할 때
근처에 사는 대학 입학을 앞 둔 17세 백인녀를 만났으나
작전상 후퇴를 했다는 대단히 안타깝고 슬픈 얘기를 적은 적이 있다.
당시 1달 30불짜리 저렴한 월세방을 얻어 구질구질하게 지냈는데
숙소 앞 길 건너에서 작은 츄레일러에서 커피, 핫도그, 햄버거를
2명의 여자들이 팔고 있었고 집 앞이고 해서
공원에서 청소일을 하는 친구와 중장비를 운전하는 친구와 함께
3명이서 자주 들러 커피를 마시곤 했었다.
처음에는 자매중에 언니와 작은 체구의 여자 친구가 일하다가
나중에 자매중에 언니는 안보이고 동생이 대신 일을 하였다.
집 앞이고 해서 자주 가서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어서 전해줬는데
이번에 아는 아줌마에게서 믿기지 않은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3000명 정도 사는 작은 마을에서 순회공연을 할 때
17세 백인녀와 길가에서 잠시 얘기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연인관계라는 소문이 돌아서 작전상 옆 큰 도시로 후퇴를 하고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근처 조금 큰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하다가
떠나기 전 날에 그냥 떠나기가 뭐해 전에 지냈던 작은 마을 가는 방향에
30년을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보다 더 구질구질하게 순회공연을 다니는
독일인 친구도 만나 보고, 독일인 집 근처에 아는 작은 상점겸 식당 가족들도
볼 겸 떠나기 전 날 시간을 내서 구질구질한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 갈려고 하는데
길 건너에서 일을 끝내고 오는 자매중 언니와 친구를 우연히 보게 되어
그냥 혼자 언덕길을 올라가기도 뭐해 음료수나 한 잔 하자고 하니
친구는 집에 간다고 그냥 가고 자매중 언니는 집이 상점과 같은 방향이라
같이 언덕길을 걸어 독일인 친구 집 전에 있는 상점에서 같이 병 콜라를 마시고
마침 저녁 시간에만 숯불에 구워 파는 소고기 바베큐를 하길래
평소 순회공연시에는 거의 먹지 않아던 이런 식사를
다음 날 이 도시에서 떠나는 마지막 날이고 남은 현지 지폐도 있고 해서
당시 26세 아가씨와 같이 예정에 없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같이 식사를 하고 나서 Adios 라고 하며 그냥 헤어질줄 알았는데
갑자기 지갑에서 종이와 볼펜을 꺼내더니 구질구질한 나그네에게
자신의 이름과 전번을 적어주며 아무때나 연락하라고 한 것이
결국에는 슬프게도 이 만남이 26세 블랑카와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