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적지의 중국 안내문
(좡허<중국>=연합뉴스) 이옥현 기자 = "고구려 민족은 고대의 중화민족을 구성하는 대가정의 일원이었다."(高句麗民族是古代華夏民族大家庭中的一圓)
중국 랴오닝성 좡허(庄河)현에 위치한 고구려 성산산성 입구에는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표지석이 세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구려 민족을 중화민족 중 하나'로 확대 해석한 내용이 유적 관광지에 버젓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고구려 문화유적지나 지안박물관, 오녀산성사적진역관을 비롯한 고구려 관련 박물관에 고구려가 중국 동북지방 소수민족 정권이라는 정도로 표현해 왔다.
하지만 이 표지석은 중국 다롄(大蓮)시가 최근 성산산성을 시의 '중점문물보호단위'(한국의 '사적' 정도에 해당)로 지정한 뒤 성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세운 것이다.
높이 3m, 넓이 70㎝ 정도 되는 이 표지석 앞면에는 붉은 글씨로 '성산산성(成山山城)'이라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산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고구려민족이 중화민족 중 하나"라는 표현은 이 뒷면 설명문에 등장한다. 이 문구에는 "고구려 정권은 중국 동북지방 소수민족 정권이다"(高句麗政權是東北小數民族政權)라는 표현이 함께 나온다.
또 "성산산성은 중화민족의 고귀한 문화유산이다"라며 고구려 유적을 중화민족의 유산인 것처럼 표현해 놓기도 했다.
10일 이 표지석 문구를 확인한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원들은 "이 표지석의 설명은 성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고구려가 중국사'라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기환 재단 연구기획실장은 "중국의 소수민족 지배논리인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이 고구려사 왜곡 논리에 적용돼 왔다"면서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 중국인들이 접하는 곳에 이 같은 논리가 공표된다는 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영토내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라는 이론인 '통일적다민족 국가론'은 현재의 중국 영토내에서 벌어진 어떠한 역사도 중국의 역사라는 논리로 둔갑해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사 편입 논리에 차용돼 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