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중국 제품에 묻은 피
제조업 가격 경쟁력 뒤엔 극심한 노동착취
다국적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공범’이다
김일주 기자
» 〈차이나 프라이스〉
〈차이나 프라이스〉
알렉산드라 하니 지음·이경식 옮김/황소자리·2만원
전세계를 강타한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 멜라민 첨가 사료를 먹고 죽은 미국 애완동물들, 중국발 유독성 화학물질이 든 감기약을 먹고 사망한 100명의 파나마인들, 납 성분이 검출된 중국산 아기 장난감, 지구 온난화 ….
“이런 사실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중국 안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것들은 날마다 전세계 모든 가정으로 들어온다. 중국의 제조업 분야 경쟁력은 전세계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차이나 프라이스>는 현재 ‘가장 싼 가격’과 동의어로 유통되고 있는 ‘차이나 프라이스’(중국 가격)가 실은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커다란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지, 값싼 상품 뒤에 얼마나 커다란 대가가 숨어 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지은이 알렉산드라 하니는 2003년부터 <파이낸셜 타임스>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꼼꼼히 현장을 취재해 성실하게 찾아낸 관련 연구 자료들을 탄탄하게 엮었다.
전세계 제조업의 지형을 뒤흔든 ‘차이나 프라이스’의 위력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따라 값싼 노동력과 외국 자본이 결합한 결과이며, 저평가된 위안화, 정부 보조금,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 무엇보다도 노동력 착취 덕분에 가능했다는 책의 분석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차이나 프라이스’ 의 실체를 만드는 사람들, 곧 다국적 기업가, 납품기업체 사장, 직업병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공장에서 한쪽 팔을 잃고 노동운동가가 된 청년 등 개인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살아 있는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 그림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지은이는 먼저 중국 자본주의의 첫 실험 무대가 된 광둥성의 월마트 납품공장부터 파헤친다. 월마트가 내건 ‘선진적인’ 노동조건, 그 조건을 따르다가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납품가 사이에서 고민하던 납품공장 사장 유진 챈은 ‘검은 공장’을 돌린다. 초과근무가 없는 ‘오성 공장’이 월마트 감사관에게 보이기 위한 모범적인 모델 공장이라면, ‘검은 공장’은 의료보험, 휴일·초과근로수당 없이 일당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비공식 공장이다. 이러한 도급 관행은 중국에서 흔하다. 비공식 공장에서 어떤 원료를 쓰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덩원핑은 돌가루 풀풀 날리는 광둥성의 보석공장에서 휴일 없이 하루 12시간을 일하다 어렵사리 마련한 행복의 문턱에서 규폐증으로 서른여덟에 삶을 마감한다. 광둥성 해안에 늘어선 공장에서 내륙으로 눈을 돌리면, 중국 환경 재앙의 축소판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최대 석탄 산지 산시성의 타이위안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도시’,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중국 대륙의 3분의 2가 이곳에서 나는 석탄으로 돌아간다.
이주노동자 2세대인 리강의 이야기에서는 ‘차이나 프라이스’를 가능케 한 이주노동자 착취 구조의 변화상이 읽힌다. 이주노동자들은 도시에서 2~3년 일하고 금의환향할 생각에 열악한 노동조건을 기꺼이 감수하며 버텼다. 이들은 1958년부터 시행된 호구제도 때문에 고향 아닌 도시에서는 의료보험·실업보험 등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송금하는 돈으로 내륙지자체들은 자기 배만 불렸고,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망을 중앙정부는 외면했다. 하지만 2세대는 달랐다. 이들은 직업병을 얻거나 손가락이 잘려 회사에 소송을 건 친척들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1978년부터 시작된 ‘한 자녀 정책’으로 청년층 노동력은 줄고, 공장은 늘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2세대는 노동자의 권리에 눈뜨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한쪽 팔을 잃은 리강은 자신처럼 산재를 입은 사람들의 법적 소송을 도와주는 민간 단체를 만들었다. 리강 같은 2세대들이 ‘차이나 프라이스’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은이는 ‘사회적 기업’임을 자처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모순된 요구 사항도 꼬집는다. 월마트는 노동조합을 반대하기로 악명이 높고, 팀버랜드는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책임을 납품업체에만 떠넘기려 했다. 이 브랜드 업체와 소매유통 업체들은 민간단체의 ‘노동착취 공장 반대운동’ 압력에 못 이겨 감사를 강화했으나, 실효성 없는 감사로 정작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들은 ‘차이나 프라이스’가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물론, ‘3달러짜리 티셔츠, 30달러짜리 디브이디 플레이어’에 마음을 빼앗기는 소비자들도 공범자다. 결국, 책의 마지막에 지은이는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차이나 프라이스’의 당사자들”이라고 말한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