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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중국 관중들 혐한류의 진실
"중국 관중들은 왜 한국팀과 맞붙은 다른 나라 팀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나."
일본과 야구, 라트비아와 농구, 인도네시아와 배드민턴….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관중들은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한국의 상대팀을 응원했다.
"한국을 혐오하는 중국인들의 혐한류(嫌韓流)가 인터넷에서 부풀어 오르다가 경기장으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어느 중국 전자제품회사 공장장을 만나 보니 이런 오해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직원 700명 가운데 150명이 계속 응원부대로 차출되고 있어요. 외국팀끼리 시합할 때 텅 비는 관중석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처음엔 단체응원복을 입고 나갔는데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곧 자유복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동원된 응원부대가 평범한 중국 관중으로 둔갑한 사연이다.
그는 "무슨 경기인지도 모르고 동원되는 처지입니다. 처음부터 특정팀을 응원하려고 작심하고 나설 리 만무하지요. 경기장에 도착한 뒤 응원단이 적은 팀을 응원할 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과 주재원은 8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코리아타운'이라는 집단거주지를 형성한 외국인도 중국 안에서 한국인이 유일하다. 그러니 경기장마다 한국 응원단이 다른 나라 응원단을 압도하는 건 당연하다.
중국 응원부대가 반대편에서 응원하는 것도 자연스런 구조다.
"생면부지의 외국팀을 위해 직원들은 정말 악착같이 응원하지요. 응원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으면 다시 차출명령을 받게 되고 그러면 또 근무에서 빠질 수 있거든요."
중국 관중들이 '자요(加油ㆍ파이팅)'라는 응원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쳐대며 한국의 상대팀을 응원하는 것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었다.
'혐한류'는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과장해서도 곤란하다.
[베이징 = 최경선 특파원 choik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