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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차이나 드림] 교민사회 발 못붙여 더 먼 재기꿈
입력: 2007년 01월 14일 18:39:52
중 국 베이징에서 한때 잘 나가던 식당의 사장님이었던 김모씨(43)는 현재 중국의 어느 산골로 피신해 있다. 2004년 3월 베이징에 식당을 차렸다. 국내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자금을 크게 들이지 않고, 한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면 성공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삼계탕 집을 차렸지만 목이 좋지 않아 실패했다. 다음에 횟집을 차렸지만 여전히 매출이 신통찮았다. 주방장 월급에다 종업원 10여명 월급 주기가 버거웠다. 한국 식당이 너무나 난립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총 40만위안(약 4800만원)을 빚졌다. 목이 좋은 곳을 찾느라 2군데 식당에 권리금으로 50만위안이나 줘야 했다. 업종을 바꾸면서 실내장식 비용도 쏠쏠찮게 들었다. 추가 투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채업자를 찾았다.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더라도 권리금을 제대로 챙겨 다른 자영업자에게 넘기면 그동안 본 손해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잡힐 듯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온 김씨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야반도주를 결심했다. 식당은 문을 닫고 주방장과 종업원들을 내보냈다. 단출한 가재도구와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모처’로 떠났다. 사채업자에게 여권을 맡긴 만큼 국내로 돌아가기는 힘들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사업자금으로 가지고 있던 여윳돈을 다 써버린 만큼 여권이 있다고 해도 귀국할 생각은 없었다. 특히 형제들이 내놓은 쌈짓돈을 모두 날려 귀국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베이징을 떠나 잠적한 뒤 그동안 자신을 믿고 선선히 돈을 빌려준 지인들에게 작별의 전화를 했다. 그는 “언젠가 재기해서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 어디로 잠적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없는 티베트 쪽으로 간 것 아니냐는 소문만 베이징 교민사회에서 무성할 뿐이다.
그가 운영하던 식당은 지금 ‘내부 수리중’이라는 푯말만 붙어 있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 식당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가 종업원들을 진두지휘하면서 테이블 사이를 바쁘게 오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베이징에 남아 있는 동료들은 그를 실패자로 낙인찍고 있다. 또 하나의 차이나 드림이 깨진 것이다. 그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그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은 채 그저 말문만 닫고 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