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이를 데쓰노트에 적어 죽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쥐꼬리월급 받기도 전에 1/3 날아간다
빚·실업·세금 '3중고', 가계가 무너진다
'살기좋은 나라' 무엇이 다를까"
유리지갑..이래서 '봉'급쟁이인가
삶의 뿌리 흔드는 정부..386 지지층도 등돌린다
서울 여의도 금융회사에 다니는 K차장(43).
상여금을 포함한 월평균 소득은 420만원 정도다. 남들은 잘 나가는 회사 다닌다며 부러워하지만 그는 월급명세서만 받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 세금 내고, 각종 보험료 떼고, 애들 과외비 빼고, 대출이자 갚고 나면 마이너스 통장에 빚만 늘기 때문이다 .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상여금으로 겨우 적자를 메운다.
월급쟁이들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 명목소득과 실제 손에 쥐는 월급에 격차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 월급명세서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소득세 주민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와 같은 비소비지출을 감안하면 초라해진다.
쥐꼬리만한 월급도 가계부를 펼쳐 놓고 쓸 곳을 따지다 보면 저축은커녕 소비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 학원비 과외비 양육비 떼고, 따로 들어 놓은 종신보험료에다 자동차 유지비와 휴대폰 이용요금 등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는 이런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는 점이다 . 건강보험료가 6.5% 오르고, 지하철과 버스요금은 물론 일부 지역에선 상하수도 요금 인상 움직임까지 있다 . 1인당 근로소득세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20만원가량 늘어난다.
월급명세서가 희망이 아닌 삶의 팍팍한 무게감만 더한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한 달 한 달을 버티기 어렵다는 K차장 월급명세서와 가계부를 한번 들여다봤다.
상여금이 없는 달 월급명세서에는 287만9517원이 찍혀서 나온다 . 하지만 그가 실제로 손에 쥐는 월급은 209만7000원에 불과하다 . 소득세와 주민세로 20만원 정도가 먼저 빠져 나가고, 국민연금(16만원)과 건강보험료(13만원), 사주대출 상환금(13만원) 등 이것 저것 빠지는 금액이 78만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 월급 중 3분의 1은 보지도 못한 채 숫자로만 월급명세서에 남아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받은 209만원으로 K차장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사교육비로 100만원을 뚝 떼어낸다 . 그리고 지난해 분양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만기 15년짜리로 2억원가량 대출받은 원리금 상환을 위해 80만원씩을 낸다 . 이제 겨우 2가지 지출했는데 고작 29만원 남는다 . 자동차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종신연금, 각종 공과금까지 지출하고 나면 마이너스 통장에 58만원가량 빚이 늘어난다 . 여기에 축의금이나 부모님 용돈까지 고려하다 보면 계산이 잘 안나온다고 한다.
K 차장은 "1년에 네 번 있는 상여금을 받을 때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액을 줄이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며 "작년에 집을 마련한 뒤로는 저축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 그는 친구들과 맘 편히 술 한잔 마시는 게 요즘 가장 큰 바람이라고 한다.
30대 맞벌이 부부인 L대리(35)는 매달 평균 500만원을 웃도는 소득이 있지만 두 가지가 늘 맘에 걸린다.
38개월 된 자녀 양육비와 내집마련 문제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조선족 아주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는데 매달 꼬박꼬박 140만원씩 들어간다 . 부인 월급 대부분을 양육비로 고스란히 바치고 있는 것이다.
내집마련 문제에 들어가면 고민은 더욱 커진다 . 조금만 있으면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으로 믿고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을 계속 미뤘는데, 원래 마음에 뒀던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선 매달 원리금 상환부담만 예전보다 60만원 이상 늘었다 . 아파트값이 올 들어서만 5000만원 정도 오르는 바람에 5000만원을 더 대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 소득에 비해 비소비지출 크게 늘어
= 세금이나 연금보험료처럼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비소비지출` 때문에 중산층 허리가 휘고 있다 . 월급통장에서 매달 자동적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고정비나 다름없다 . 여기에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이자부담 또한 만만치 않게 됐다.
가계소득은 느릿느릿 늘어나는데 비소비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 형국이다 . 실제로 가계소득을 5등분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어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는 3분위 계층의 2000년 3분기 가계지출과 올 3분기를 비교해보자. 2000년 3분기 가계 평균 소득은 210만원을 약간 넘었고, 비소비지출은 17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2006년으로 넘어오면서 소득은 304만8000원으로 50%에 약간 못 미치는 증가율을 보였다 . 하지만 비소비지출은 36만1000원으로 거의 100%에 가깝게 급증했다.
가계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 2000년만 해도 8.5% 수준이었던 비소비지출 비중이 2006년 11.9%로 크게 높아졌다 . 100만원을 번다고 가정했을 때 2000년 당시 8만5000원 수준이었던 비소비지출이 이제는 11만9000원으로 늘었다는 얘기다 . 2000년과 비교해볼 때 3만4000원을 추가로 할당해야 하는 셈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지출 중 큰 부분이 고정성 지출에 묶여 있어 가계 소비가 만족도 증가로 연결되지 않으며 저축 여력까지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주거비와 교육비 비중이 가장 큰데 1980년 18.3%에서 1998년에는 30.8%까지 치솟았다"며 "이 비중이 일본은 10.7%에 불과하고 미국은 14.6%"라고 설명했다.
◆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
= 비소비지출 부담이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주택대출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 이미 한국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등 영향으로 몇 차례 주택대출 금리가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렇게 되면 주택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1인당 내야 할 세금은 올해보다 20만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 기획예산처가 내년 나라살림을 발표하면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383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는 6.5%나 인상될 예정이다 . 지역가입자는 가구당 월평균 3200원, 직장가입자는 3700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과 교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 내년에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심야전기를 중심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다. 여기에 내년 2월쯤에는 서울과 인천 지역 버스ㆍ지하철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
이러한 부담들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서민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4.4%로 올해 성장률 추정치 5.0%보다 0.6%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 이런 상황에서 비소비지출 부담 증가는 체감부담률을 더욱 높게 만들게 된다.
사교육 부담 증가세도 커지고 있다 . 문형표 KDI 연구위원은 "자녀 수가 줄면서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 같지만 실상은 사교육 소비가 더욱 고급화하면서 부담이 늘고 있다"며 "사교육비 부담 증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 비소비지출 늘면 소비위축 장기화
= 비소비지출 부담 증가에 따라 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한 세미나에서 "주택대출 이자 등 비소비지출 부담이 소득 대비 50%에 육박하고 있다"며 "소비 여력이 사라지면서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소득 증가세가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고정지출 부담이 너무 커 노후 대비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며 "경쟁국과 비교해 연간소득 대비 필요 노후자금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가 상승과 고령화로 인해 필요 노후자금은 커지지만 연간소득 증가세는 이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상황에서 막대한 고정지출 부담은 노후자금 준비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비소비지출은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 침체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계수지 측면에서는 가계 비용 지출 요인 증가가 중기적으로 2007년 상반기까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2007년에는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부담률이 평균 6~7% 상승하고 종합부동산세도 올해에 이어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소비지출 중에서는 조세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 3분위 소득 계층을 기준으로 2000년 3분기 소득 대비 조세부담률은 1.8%에 불과했다 . 하지만 올해 3분기 이 수치는 2.9%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전문가는 "세율 인상과 더불어 소득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조세비중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용 어> 비소비지출 = 각종 세금, 사회보장비, 이자 등 개인의 불가피한 지출을 뜻한다 . 개인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는 데다 내구재 구입 등 소비에 쓸 수 없는 부분이라 `비소비` 지출이란 이름이 붙었다. 개인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게 가처분 소득이다.
[송성훈 기자 /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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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淆)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 좋은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 높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