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내 외신기자들은 당국의 취재·보도 방해 행위로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이 최근 발표한 '2023 취재 환경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확인됐다.
FCCC는 회원 150여 명 중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담은 위 보고서를 지난 4월 발표했다. 1981년 설립된 FCCC는 대체로 미국과 유럽 국가 특파원들로 이뤄진 단체로, 매년 중국 내 언론 환경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자신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과 휴대폰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해킹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고, 55%는 자신의 사무실 또는 집에 중국 당국이 도청 장치 등 감시 장비를 심어놨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중국인과 인터뷰를 추진하는 동안 드론의 감시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취재 방해도 여전했다. 응답자 81%는 취재 과정에서 간섭과 괴롭힘, 폭력을 경험했다. 중국 경찰로부터 취재를 제지당했다고 밝힌 비율은 54%로 전년(56%)보다 다소 낮아졌다. 반면 신원미상로부터 취재를 방해받았다고 밝힌 비율은 45%로 지난해(36%)보다 크게 높아졌다. 또한 응답자의 3분의 1은 중국인과의 인터뷰가 갑자기 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사복 공안의 미행'과 '중국 외교부로부터의 차담 요청'이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의 미완공 아파트 문제를 취재하던 한 뉴스통신사 기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도에 포함된 중국인 취재원의 명단을 넘기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의 취재 방해 전술에 대해 △공안의 가정 방문 △심야 통화 △가족에 대한 위협 등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9%가 중국 내 취재환경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 韓 기자 "공안, 밤 늦게 집 찾아와 경고"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보도된 ‘세계일보’ 베이징 특파원 리포트
“밤 10시, 공안이 찾아왔다”에서도 확인됐다. ‘6·4 톈안먼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당국의 도청과 감시를 받은 경험을 생생하게 폭로한 내용이다.
기자는 “이들(공안)의 방문 이틀 전 한국의 데스크와 위챗으로 톈안먼 사태 35주년 관련 대화를 나누다 ‘1일이나 2일에 (톈안먼 광장을) 한 번 둘러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위챗 대화 내용을 중국 공안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혹이나 우려는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이처럼 바로 찾아와 취재일정을 묻고 중국 법률 준수를 강조하는 것은 대놓고 우리가 보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생각됐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귀가 직후 공안이 찾아온 것에 대해서도 “미리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찾아온 것인가, 아니면 위챗 내용을 들여다본 것처럼 위치정보까지 한눈에 꿰고 있는 것일까?”라고 언급했다.
기자는 중국의 진짜 모습이 이런 것일까라며, 공안의 방문이 설령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한밤중에 찾아오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 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간첩행위에 대한 법 적용 범위를 크게 확대해 국가안보 및 국가이익과 관련된 각종 문건과 정보 및 데이터의 정탐, 수집, 매수, 불법적인 제공을 간첩행위로 규정했다.
'국가기밀'에만 적용하던 범위를 '국가이익'이라는 모호한 범위로 확대해 해외 언론과 자국에 부정적인 인터뷰만 해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조사와 처벌 규정도 크게 강화해 간첩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신분증 확인과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오는 7월부터 국가안전기관이 법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전자장비, 시설 등에 대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내용의 ‘국가안전 기관 행정 집행 절차에 관한 규정’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들은 불시 검문 등으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전자장비 사용에 큰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해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전년 보다 2계단 하락한 179위를 기록했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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