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정부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한국의 조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싱하이밍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저 만찬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하하는 △중국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를 비롯해 △한국의 대중무역적자는 세계 경제 부진, 반도체 업황 하락도 있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를 추진하는 것이 원인이다는 등의 ‘도발적 망언’을 약 15분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9일 오전 싱 대사를 초치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도 13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국민이 불쾌해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싱 대사의 망언 논란과 관련 “중국 측이 이 문제를 숙고해보고 우리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 발언은) 대한민국 정책이 편향되고 특정국가를 배제하는 것으로 곡해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적절한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한 채,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직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시키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는 것으로, 대대적인 화젯거리로 부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싱하이밍의 망언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싱 대사에 대한 한국의 조치(소환, 교체) 요구를 중국 정부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 대변인은 해당 브리핑에서 싱하이밍의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국 언론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그는 “일부 한국 매체가 싱하이밍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점에도 주목한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싱하이밍의 관광지 무료 숙박 의혹 등에 대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 일부 언론은 싱 대사가 지난 5월 국내 기업으로부터 울릉도의 고급 리조트 무료 숙박을 제공받아 부인과 함께 머물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간 한국의 ‘가치 외교’ 기조를 지켜보던 중국이 최근 탐색기를 끝내고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 직후 싱 대사의 발언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대사관이 특정 정치권 인사와의 면담에서 공세적 발언을 쏟아낸 대사의 발언을 전문 형태로 공개하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싱하이밍의 도발은 중국공산당의 공식 입장이며, 그는 이 대표와의 면담 기회를 활용해 이 같은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하는 계획 등을 본국과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바 있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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