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공산당(중공) 외교관들이 세계 각국에서 과격한 전량(戰狼)외교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의 활동은 정교한 선동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전량외교는 중국 외교관이 주재국이나 제3국을 향해 늑대처럼 사나운 태도로 펼치는 공격적인 외교전술을 의미한다.
22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최근 각국 주재 중국대사관이나 외교관들은 트위터·페이스북 등 서구의 SNS를 통해 제3국을 비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1일 영국 옥스퍼드대학 OII연구소는 지난 7개월 동안 중국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벌이는 선동공작을 면밀히 분석한 조사를 근거로 중공의 전량외교는 정교한 선동전략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 따르면 현재 126개국에 주재하는 외교관 270명과 국영 언론매체가 적어도 449개 트위터 및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계정은 이전에는 운영이 미미하거나 자국 홍보에 치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게시물 양이 급증했고 그 내용은 서구 세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 사이 해당 계정에 95만 건의 글이 게시됐고 2700만 회 이상이 공유됐다.
같은 기간 외교관의 트위터 계정은 20만1382건의 트윗을 올렸다. 한 외교관이 하루 평균 778건의 트윗을 게시한 것이다. 페이스북에는 3만4041건의 글을 게시했다.
OII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AP통신도 중공의 이런 게시물은 선동전술로 이뤄지며 3단계 체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 단계로는 중국 정부의 논평이나 신화통신·인민일보·차이나데일리·CGTV 등 국영 언론매체의 보도가 SNS에 게시된다. ▲두 번째로 중국 외교관이 이들의 게시물을 공유해 1차로 증폭시킨다. ▲세 번째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정이 외교관이 공유한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퍼뜨리면서 2차 증폭을 일으킨다.
中 매체 계정 3분의 2... '정부 관리' 표지 붙어
AP는 “중공 외교관의 트윗을 열심히 퍼뜨리는 계정들은 영국인이나 외국인으로 위장했지만 대부분 조직적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트위터 계정은 62개에 달하며, 모두 지난해 4월과 8월에 닷새에 걸쳐 몇 분 간격으로 생성됐다. 프로필에는 영국인 등 외국인이라고 적었으나 뚜렷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계정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영국 중국대사의 게시물을 1만8784회 리트윗했다. 이는 전체 리트윗 횟수의 44%에 달했다. 또한 주영 중국대사관의 게시물을 931회 리트윗해 전체 리트윗의 33%를 차지했다.
달리 주목할 점은 외교관 계정의 개설 시기와 다뤄지는 이슈다.
개설 시기는 전체 계정 중 75%가 지난 2년 사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중공이 '전량외교'를 본격화된 시점과 일치한다.
이러한 계정에서 다루는 주요 이슈는 ▲코로나19 사태 ▲홍콩보안법 문제 ▲신장·위구르족 탄압 등이며, 중공의 입장을 내세우며 서구 세계를 비난하고 있다.
이렇듯 서구 SNS에 대한 중공의 사나운 전량외교에 대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조차 심각성을 인지했다.
트위터의 경우 여론 조작 금지를 명시한 운영 정책에 따라 중국 언론매체와 외교관 게시물을 리트윗하던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들 계정은 20만 회나 리트윗했다.
또한 중국 언론매체 계정의 3분의 2에 '정부 관리'라는 표지를 붙였고, 외교관 계정의 14%에도 같은 표시를 달았다.
전량외교는 2~3년 전부터 등장했다. 처음에는 일부 과격한 외교관의 돌출행동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각국의 중공 외교관들이 일제히 같은 스탠스를 취하면서 중공의 의도적인 외교 전략임이 확인됐다.
과거 중공의 기본 외교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도광양회는 자신의 실력을 가리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처음 이 전략을 세웠고,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는 그 유지를 잘 따랐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국굴기(大國崛起)’와 ‘중국몽(夢)’을 앞세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대립하며, 중공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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