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홍콩시민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한데 이어 전 세계 20여개 도시에서도 지지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이번 시위는 홍콩에서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진행된 시위 중 최대 규모다.
9일(현지시간)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약 10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경찰 측은 이번 시위의 참가 인원수를 24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시위는 오는 12일 홍콩 의회 최종 투표를 앞두고 홍콩과 중국과의 범인 인도 협정 개정을 반대하기 위해 열렸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본토로 송환하도록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민들은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이 적히거나,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 등을 들고 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오후 3시경 빅토리아공원에서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을 펼쳤다.
거리행진은 오후 3시경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돼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홍콩 정부청사까지 이어졌다.
영국 BBC는 관련 기사에서 “시위대에는 사업가, 변호사부터 학생, 민주화 인사, 종교 단체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람들을 포함됐다”며, 특정 계층이 아닌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음을 강조했다.
이날 세계 12개 국가 및 지역, 29개 도시에서도 홍콩인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집회가 열렸다. 미국은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뉴욕에서, 캐나다는 토론토와 밴쿠버, 호주는 시드니, 멜버른, 캔버라, 브리즈번, 그리고 독일 베를린,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 등에서 지지 시위가 진행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시위에 대해, “이번 시위는 홍콩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 중 하나”라며 “홍콩인들은 그동안 지켜온 ‘자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분노를 안고 거리로쏟아져 나왔다”고 평가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중국과의 범인 인도 협정 개정으로 홍콩이 더 많은 범인을 중국으로 인도하면,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과 캐나다 시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홍콩의 신뢰도와 국제적 명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를 이유로 촉발됐지만 갈수록 강화하는 중국의 내정간섭 등에 따른 반(反)중 정서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오는 12일 해당 법안을 표결 할 예정이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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