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서기가 갑자기 파면된 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심복인 천민얼(陳敏爾)이 그 후임으로 중국 서부 직할시인 충칭(重庆)에 부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시 주석의 정치 체제를 추진하기 위한 핵심 단계로, 2년 전에 이미 그 준비가 시작되었다.
지난 15일 과거 중국 공산당 차기 후계자로 꼽히던 쑨정차이가 충칭시 서기에서 전격 해임되고, 그 후임이 발표되지 않자 중국 내외에서는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그런 가운데 월 스트리트 저널과 로이터 등 외신은 쑨 씨가 ‘중대한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천 씨의 충칭 진출은 이번 쑨정차이의 실각과 전혀 무관하다며, 충칭 서기가 쑨 씨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 해도 천 씨는 충칭시 서기에 취임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천 씨의 충칭 진출 최종 목적은 천을 중국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 위원회에 들이기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상무위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전 경험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정치 체제하에서 상무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 공산당 정치국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 관료가 정치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곳은 베이징, 톈진, 상하이, 충칭의 4대 직할시와 광둥성,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서기뿐이다.
그러나 베이징시 서기인 차이치(蔡奇)와 톈진시 서기 리훙중(李鴻忠)은 각각 올해와 지난해 취임했기 때문에 인사이동은 생각할 수 없다. 상하이시 서기인 한정(韓正)과 광둥성 서기 후춘화는 이미 정치국에 진입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이런저런 문제가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천 씨가 최고 지도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충칭시 서기에 취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 주석은 2015년 6월 구이저우를 시찰할 당시 구이저우성 천민얼에게 “중국 동부와 서부의 다른 지방과는 다른 새로운 발전의 길을 개척할 것”을 요구했다.
동부는 장쑤, 저장, 상하이, 광둥 등 해안지방을 가리키고, 서부는 충칭, 구이저우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시 주석이 당시 한 말은 천 씨가 정치수완을 발휘해 좋은 실적을 낸다면 ‘더 높은 자리에 중용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수 년간 티베트 자치구, 충칭, 구이저우의 3개 지역 경제 성장률은 항상 전국 상위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천 씨가 서기로 있는 구이저우성의 GDP는 25분기 연속 전국 3위 안에 들어 ‘구이저우 모델’로 관영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면서, 그가 시 주석이 요구하는 결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구이저우 시찰 뒤,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2015년 8월호에서 천 씨가 시 주석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올해 4월 20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구이저우 당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은 구이저우에서 19대 대표로 당선됐다. 17대, 18대에서는 상하이에서 출마했던 시 주석이 이번에는 구이저우로 선거구를 바꿨기 때문에 베이징 최고 지도층이 구이저우의 천 씨를 지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서기는 모두 상하이 부임을 거쳤으며, 천을 구이저우 서기에서 직접 상하이로 진입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직할시 서기 경험이 있으면 경력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정 상하이시 서기가 19대 전에 이동될지 여부가 특히 주목된다.
한편, 예전에는 이류 성으로 볼 수 있던 구이저우가 최근 수년간 중국의 정치 무대에 올라섰다. 후진타오는 80년대에 일시적으로 구이저우에 부임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이후 구이저우에서 중앙 상층부로 영전한 예는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2010년 8월, 리잔수(栗戰書)가 구이저우 서기로 취임한 때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리 서기는 2년 후 링지화의 후임으로 중앙 판공실 주임으로 취임하면서 중앙직속기관작업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여 정치국에 들어갔다. 또한 중앙 서기처 서기도 겸임하며 이제 최고 지도부 인물 중 한 명이 됐다.
리의 후임으로 새로 구이저우 서기에 취임한 것은 당시 부서기를 지냈던 자오커즈(趙克志)였고, 자오 역시 출세길을 걷고 있다. 3년 뒤 자오는 허베이 성 서기에 취임하면서 ‘경률익일체화계획(京津翼一體化計劃)"과 ‘웅안신구(雄安新區)’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전자는 베이징, 톈진, 허베이 성의 일체화 발전 계획이며, 후자는 올해 발표된 부도심(副都心) 계획으로, 모두 ‘일대일로’와 함께 현 정부의 정책핵심으로 알려졌다. 즉, 일련의 인사조치는 자오가 시 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천민얼의 충칭 부임은 19대 인사를 좌우할 인선으로 크게 주목된다. 천 씨는 1960년 9월생으로, 저장성에서 31년간 근무했고 ‘저장일보’당위 서기를 지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시 주석이 저장성을 총괄하던 때 천은 저장성 상무위와 선전부장을 겸임했다.
당시 천의 관리하에 있던 저장일보의 ‘즈장신위(之江新語)’ 칼럼에는 시 주석이 쓴 200개 이상의 글이 게재됐다. 필명 ‘저신(哲訢)’으로 발표된 이 글들은 2007년 단편집으로 정리되어 출판됐다. 즉, ‘즈장신위’의 주인공은 천민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