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각국 국회에 상당하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고무도장’이라고 야유를 받은 지는 이미 오래다. 중국에서 매년 3월에 열리는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인 ‘양회(两会)가 지난 3일과 5일 각각 개막한 가운데, 해외매체 다유망(多維網)은 전인대의 다양한 폐해에 대해 보도했다.
중국에서 ‘고무도장’은 이름만 있고 실권이 없는 인물이나 기관을 뜻한다. 그 유래는 상사가 처리하는 많은 업무에 대한 서명을 고무도장으로 바꾸어 부하에게 대신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조직과 전인대는 바로 그 상사와 고무도장의 관계다.
다유망은 전인대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 중 몇 개의 심각한 폐해를 지적했다.
1.애매한 인대의 입지
중국 헌법에 전인대는 중국의 최고 국가권력기관이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중국의 정치 구조를 안다면 전인대는 실권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최종결정권은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갖고 있다.
2.인민에 의한 정부 감독 시스템의 유명무실화
헌법에서는 전인대 개최 중 대표단 또는 30명 이상의 인민 대표가 국무원과 국무원 각부, 그리고 각 위원회에 대해 질문을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고관에 대한 파면 요구도 포함되지만, 실제로 고관의 임면(任免)은 중국 공산당 중앙 조직부와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 위원회가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인대에는 실질적인 임면권이 갖춰지지 않았다. 때문에 전인대가 본래 갖고 있어야 할 고관 감독 시스템도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3.재정과 세무에 관한 입법권 결여
선진국에서는 세금의 징수와 폐지에 대해, 사소한 조정도 공개해 국회에서 긴 시간을 들여 검토한 후 제정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현행의 주된 18개 세금 중 전인대가 법을 정비해 제정한 징세권은 개인 소득세법, 기업 소득세법, 차량 선박 세법의 3개 밖에 없고 그 외의 징세 준칙은 모두 국무원이 책정한 잠정 규정이나 조례에 근거하고 있다. 즉 이들은 단순한 행정수준의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
1984년과 85년 두 차례 전인대에서 재정과 세무에 관한 입법권이 행정기관에 주어졌다. 그 결과 정부가 세금의 종류와 세율을 조정하는 경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납세자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종이 한 장으로 징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징세하든지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든지 모두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고, 그런 정부에 대해 재무공개를 요구하는 압력도 없어 부패와 낭비가 만연하고 있다.
당 간부의 임면권이나 징세권이 없고 공산당에 의한 결정을 형식상 승인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인대는 ‘고무도장’이라는 야유를 받고 있다.
4.전인대 대표자수의 균형 문제
각 업계나 계층에서 전인대에 참석하는 대표의 비율은 선거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대기업 중역이나 유복한 상인의 상당수가 ‘농민’, ‘기술 전문가’, ‘지식인’ 등 실제와 다른 분야의 대표 자격으로 전대에 참석하고 있다. 그 결과 각 업계별 대표 균형이 크게 무너지고 노동자와 농민 대표가 격감해 전인대는 현재 관료와 부호 상인으로 넘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랴오닝성 제12기 전국 인대 대표 102명 중 45명이 금전적 뇌물 비리로 당선된 것이 발각됐다. 이 같은 문제가 다른 성시와 자치구 등에서 밝혀질 가능성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