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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이슈] 차이샤가 쏘아 올린 ‘덩푸팡의 공개 편지’... 희망의 불씨 될 수 있을까?

디지털뉴스팀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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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샤 전 중공 중앙당교 교수(右) [사진=SOH 자료실]


[SOH] 시진핑 중국공산당 정부에 대한 쓴소리로 가득한 ‘덩푸팡의 공개 편지(鄧樸方公開信)’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덩푸팡(鄧樸方)은 중공 개혁·개방의 총설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으로 혁명 2세대를 일컫는 훙얼다이(紅二代)’의 맏형 격이다. 올해 77세인 그는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그가 이렇게 장애인이 된 데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아버지 덩샤오핑이 문화혁명 시기(1966~1976) 마오쩌둥과 사인방(四人幇·江靑, 姚文元, 王洪文, 張春橋)에 의해 ‘주자파(走資派·자본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파벌)’란 딱지가 붙어 박해를 받는 동안 당시 베이징대학(北京大學) 물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덩푸팡 역시 홍위병들에 의해 협박에 시달리다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다.


덩푸팡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서기이자 공산당 예비당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위안쯔(聶元梓)가 이끄는 조반파(造反派·주자파를 공격한 행동파)에 끌려가 대학 기숙사에 감금된 채 곤봉 등으로 고문을 당했다.


그는 아버지 덩샤오핑의 죄를 밝히라는 협박과 고문을 견디다 못해 1968년 8월 베이징대학 건물 3층에서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척추가 부러져 정신을 잃었지만, ‘제2호 주자파(덩샤오핑을 지칭)의 아들’이란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렇게 중공의 역사에 있어 상징성이 큰 덩푸팡이 쓴 것으로 알려지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鄧朴方公開信)’가 다시 중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발단은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 차이샤(蔡霞)가 지난 8월 7일 다른 망명 중국인인 장둥(Zhang Dong, 가명인 것으로 추정)의 글을 인용하며 ‘덩푸팡의 공개 편지’를 꺼내들면서 부터다.


차이샤는 중공의 핵심 이념교육을 도맡아 했던 혁명원로 2세로 미국에 망명 중인데, 중공의 체질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저명한 사회주의 이론가라 할 수 있다.


그녀는 2020년 초 미국 체류 중 훙얼다이(紅二代·공산혁명 원로의 2세) 비공개 모임에서 시진핑을 강하게 비판했다가 공산당 당적(黨籍)을 박탈당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일로 그는 퇴직양로금과 은행계좌까지 몰수당했으며, 중국에 사는 자녀들도 핍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차이샤가 지난 7일 트위터에 장둥이 올린 덩푸팡의 공개 편지를 링크하면서 이런 글을 올렸다.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鄧朴方公開信)’에서 제기한 15개 문제는, 그가 직접 썼든 안 썼든 관계없이 모두 정곡을 찌른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것은 대륙의 앞날과 대륙에 사는 가족·친지들의 삶과 직결되는 일이다.”


중국어로 쓴 차이샤의 이 트윗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체제 중인 중국인들에게 널리 퍼져 나갔으며, 당장 중국 본토에서까지 화제가 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지금 이 시점에 그런 글을 썼으며, 여기에 ‘덩푸팡의 공개 편지’를 링크했을까?


■ 시진핑을 겨냥한 공개 편지


‘덩푸팡의 공개 편지’란 글 마지막에 ‘중공당원(中共黨員) 덩푸팡(鄧朴方)’이란 이름이 붙어 있어 통상 ‘덩푸팡이 양회(兩會) 대표에게 보낸 편지’로 불리지만 실제로 덩푸팡이 이 글을 썼는지는 정확치 않다. 그래서 차이샤도 7일 올린 트위터에서 ‘그가 직접 썼든 안 썼든 관계없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또 여기서 언급된 양회란 매년 봄 열리는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협(政協·정치협상회의)을 말하는데, 이것도 편지 글의 머리말이 ‘(양회) 대표 여러분(各位代表), 위원 여러분(各位委員)’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일단 이 글의 마지막에 ‘2020년 4월 30일’로 끝나는 것으로 보아 지난해 그때쯤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글이 지난해 5월 초부터 중화권 매체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면서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 차이샤 전 교수가 이를 재차 인용하면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 글이 또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덩푸팡이란 인물의 상징성과 현재 시진핑의 장기집권으로 가는 베이징 상황에 대한 핵심을 찌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덩푸팡의 공개편지’는 “앞으론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양회가 열리려는 특수한 시기에....어떤 말은 하고 싶어도 감히 하지 못하고 어떤 문제는 묻고 싶어도 감히 묻지 못해 베이징 양회에 참석한 대표들조차도 전전긍긍하는 그 심정,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편지는 이어 “지난 수십년간 나는 신체적 원인(장애) 때문에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 시점에서 아무도 일어나 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편지 내용 그대로 중공은 지난해 양회 이후로 급격하게 사회통제도 강화되고 감시의 눈도 강력해지면서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로 중국이 변했다.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것이다.


그러면서 이 편지는 절박한 심정으로 총 15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 파트는 1~4번 질문으로 정부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양회 대표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월권을 일삼는 당 중앙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1. 양회의 대표가 되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모(謀) 전제 권력자(시진핑 지칭)의 권위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가?


2. 헌법이 분명히 규정했듯이, 양회 대표는 중앙 정부의 각종 잘못을 감독하고 바로잡을 권한이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중앙은 ‘망의죄(忘議罪·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당 중앙의 방침과 어긋난 주장을 펴는 죄)’란 걸 내놓고, 올해는 ‘지도자를 경외할 줄 모르는 죄(不知敬畏罪)’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양회 대표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자는 황제 가문의 세습 황제인가, 아니면 국민이 뽑는 총통인가, 아니면 당내 투표로 뽑는 총서기인가?


4. 당 중앙이 여러 번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당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망의’가 되고, 민중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선동과 전복(煽顚)’이 된다. 대표들께 묻는다. 우리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이어지는 5~11번 항목은 중공의 현안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5. 우한(武漢) 코로나19가 이미 전 세계로 퍼졌다. 당 중앙은 통제의 시간을 질질 끈 것은 아닌가? 국민에게 코로나19의 진상을 감춘 것은 아닌가?


6. 중·미(中美)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데 중앙의 주요 영도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7. 홍콩의 혼란이 거의 1년이나 계속되는데, 도대체 누가 홍콩의 일국양제라는 좋은 시스템을 파괴했는가? 중앙의 영도자는 이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8. ‘일대일로’의 비이성적 투자는 전인대의 비준을 거치지 않았고 중앙 지도자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여기저기에 돈을 뿌리고 있다. 이것은 무슨 행위인가? 지금처럼 프로젝트가 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9. 전인대의 비준도 거치지 않고 전문가의 논증도 없이, 중앙 영도자가 몇 사람의 건의에 따라 수조위안에 달하는 슝안(雄安)신구를 건설하고 있다. 이는 무슨 행위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여기서 슝안신구’란 베이징 남쪽 120㎞ 지역에 건설되는 신도시로, 시진핑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덩샤오핑의 선전(深圳), 장쩌민(江澤民)의 푸둥(浦東), 후진타오(胡錦濤)의 빈하이(瀕海)신구에 버금가는 초일류,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다.


10. 대만과 대륙은 왜 갈수록 멀어지는가? 중앙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11. 대규모의 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많은 민간기업이 문을 닫고 대규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중앙의 잘못된 결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가? 만약 있다면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렇게 중국이 당면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한 다음 ‘덩푸팡 편지’는 지난 2018년 전인대에서 시진핑 3연임의 길을 연 헌법 개정과 계획경제, 국제사회의 중국 이미지를 거론하고 있다.


12. 지금의 지도자는 손아귀에 쥔 권리를 이용해 스스로 헌법을 고쳐 임기제를 폐지했다. 이는 도대체 어떤 행위인가? 만약 누가 자신을 위해 법을 만들 권리가 있다면, 국가헌법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13. 중앙은 세계적으로 도태된 계획경제 모델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개인 정권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고려한 것인가?


14. 최근 들어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일순간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신용도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임은 마땅히 누가 져야 하는가?


그리고 덩푸팡의 편지 중 가장 충격을 주는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15.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자는 원로 동지(老同志)들의 집단적 동의를 저지하기 위해 당 중앙은 뜻밖에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원로 동지들과 현역 당정군을 ‘특수보호(特殊保護)’했다.


‘특수보호’란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통신과 행동의 자유, 손님의 방문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행위인가? 또 누가 그에게 이런 권력을 주었는가?’


■ 원로들에 대한 가택연금


‘덩푸팡 편지’의 마지막은 사실 현재 시진핑 정권이 얼마나 막무가내로 장기집권을 밀어붙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중국 내에서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원로들과 수많은 현역 당정군들이 모이려 했으나 시진핑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저지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원로 동지’란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 주룽지(朱鏞基)·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등 전직 국가 최고 지도자들을 말한다.


시진핑 당 중앙이 당 원로와 일부 현역 간부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이들을 ‘가택연금(軟禁)’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반대 세력이 상당하다는 것이고 그 세력들은 시진핑의 3연임을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덩푸팡 편지’의 이 내용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정황 증거는 분명히 엿보인다.


지난 3월 말~4월 초에 마카오 ‘오문도보(澳門導報)’에 원자바오 전 총리의 ‘사모곡(思母曲)’이 실렸는데, 이 글에는 아주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이 글은 겉으로 보면 지난해 말 타계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글인데, “나는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동정하고, 기만과 모욕과 압박에 반대한다”면서, “내 마음속의 중국은 공평과 정의가 충만하고, 사람의 본질에 대한 존중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원자바오가 말한 ‘기만과 모욕과 압박’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의 제목은 사모곡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의 글에서 ‘기만과 모욕과 압박’는 말은 사실 뜬금없다.


그러나 이 대목에 대해 국내 한 언론인은 “요주의 인물에 대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자기검열이 철저한 중국에서 이런 글은 숨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해서 보면, 원자바오의 글은 ‘현재 자신을 비롯한 당 원로들은 시진핑 세력으로부터 기만과 모욕과 압박을 받고 있으며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해석했다.


이런 관점에서 ‘덩푸팡 편지’에서 언급된 사실상의 가택연금을 지적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특수보호’라는 말과 그대로 상통한다.


2020년 4월의 ‘덩푸팡 편지’와 1년 후 ‘원자바오의 사모곡’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 덩푸팡의 편지, 中 희망 될 수 있을까?


중화권 언론인 ‘원쉐청(文學城)’은 이 글에 대해 “덩푸팡 본인의 글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구구절절이 사실(句句屬實)이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차이샤 전 교수 또한 똑같이 말했다.


차이샤 전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시 주석의 망령이 미래를 어둡게 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시진핑은 현재 너무나 많은 권력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동시에 너무나 많은 실수도 하고 있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자기 파괴적인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덩푸팡 편지’에서 지적한대로 중국은 지금 암흑시대다. 이러한 시점에서 차이샤 전 교수가 디시 쏘아 올린 ‘덩푸팡 편지’는 중국의 역사를 뒤바꾸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Why Times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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