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 성향 온라인매체 ‘입장(立場)신문’이 당국의 탄압으로 29일(현지시간) 폐간을 선언했다.
입장신문은 이날 오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의 체포·압수수색 사실을 알리며, “매체 운영과 홈페이지를 포함한 모든 소셜미디어의 업데이트를 즉각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어 “편집국장은 이미 사의를 표했고 모든 직원은 즉시 해고됐다”며 “자사는 2014년 12월 설립 이후 비영리 단체로서 민주·인권·자유·법치 등 홍콩의 핵심가치를 수호하는 데 주력했다”며 독자들에게 “그동안의 지지에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입장신문의 갑작스러운 폐간 발표는 이날 홍콩 경찰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간부 10여명을 체포 또는 연행한 지 반나절 만에 나왔다.
경찰은 이날 새벽 200여명을 투입해 입장신문을 급습했다.
경찰은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기사를 보도한 혐의로 입장신문 임직원 7명을 체포하고, 4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신문사를 압수 수색해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취재 자료를 압수하고, 6100만 홍콩달러(약 93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 현금 50만 홍콩달러(약 7600만원)을 압수했다.
체포된 이들에는 홍콩 기자협회장인 론슨 챈 부국장과 청푸이쿤 전 편집장을 비롯해 전직 이사였던 반중국 홍콩 가수 데니스 호 등이 포함됐다.
입장신문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직후 창간돼 민주진영을 대변하는 온라인 매체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엔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비슷한 논조의 빈과일보 폐간되자 자사에 대한 단속에 대비해 지난 5월 이전에 게재한 칼럼과 블로그 게시물, 독자 기고 등 모든 논평을 내렸다.
또 자산압류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경우 독자와 후원자들의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후원금 모집을 중단하고 신규 구독 신청도 받지 않았다.
언론인 단체와 외신은 입장신문 폐간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국제 언론 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와 홍콩기자협회는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입장신문 관련자 체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부는 기본법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지난 7월 ‘누더기가 된 자유’라는 제목의 연례보고서를 통해 홍콩의 언론 자유가 여러 방면에서 침식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1년은 홍콩의 언론 자유에서 역대 최악의 해였다”고 밝혔다.
당시 크리스 융 전 기자협회장은 “홍콩보안법 시행 후 언론계에서 자기검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대한 고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 7월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을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약탈자’(predators) 명단에 올리면서 “람 장관은 시진핑 총서기의 꼭두각시임이 증명됐으며, 그는 이제 공공연히 언론에 대한 시진핑의 약탈적인 방식을 지지한다”고 비판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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