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호주 지사장 류하오성(劉浩生)의 전처인 란화(髥華) 씨가 최근 한 중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각 정부에 확대 및 강화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씨는 1998년 화웨이 입사 후 독일과 벨기에,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지사장으로 근무한 뒤 지난 5월 호주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자국의 차세대 통신규격(5G)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키로 결정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란 씨는 2004년 류 씨와 결혼해 2017년 10월 이혼했다. 그 후 휴대전화가 도청됐고, 개인용 PC와 전자메일 등이 해킹 당했으며, 은행 계좌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의 일을 겪었다.
이에 대해 란 씨는, 자신이 화웨이와 장쩌민파가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국과 화웨이가 이 같은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란 씨는 지난 5월 19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에 관한 내용을 게시한 바 있다.
란 씨는 화웨이가 중국 당국과는 전혀 무관한 민영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웨이는 중국 당국의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당국의 명령에 완전히 복종하고 있으며, 당국은 화웨이에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는 각 지사의 간부들에게 해당 국가 정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중국 당국의 외교 정책 일환으로 화웨이의 고위 임원은 국가원수들과의 관계 구축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화웨이는 2007년,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 진출했고, 수도 브뤼셀 등 주요 5개의 도시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류 씨는 2014~2016년까지 벨기에 지사장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중국 대사관에 상황을 보고했다. 화웨이는 2015년, 필립 벨기에 국왕에게 중국 방문과 화웨이 본사를 시찰할 것을 요청했고 같은 해 6월 필립 국왕과 마틸드 왕비가 중국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란 씨는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벨기에 간의 정부 교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웨이가 배후에서 국왕의 방중을 완전히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국왕은 중국 체류 중 화웨이의 요청대로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 본사를 방문해 런정페이와 만났다.
화웨이는 2000년, 인도네시아에 지사를 설립했다. 인도네시아의 대다수 통신 기업들은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화웨이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후 16년 동안 현지 통신정보기술부(KOMINFO)와 협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통신 시장을 장악했다. 류 씨는 2016년 5월 인도네시아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란 씨는 이에 대해 “화웨이는 인도네시아 통신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통신관련 기업 대주주가 정부이기 때문에 화웨이는 각 통신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KOMINFO와 협업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배후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를 조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란 씨에 따르면, 화웨이는 각 국에서 중국 대사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설날 등 중국의 중요 행사가 있을 경우 화웨이 간부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주 인도네시아 중국 대사관도 화웨이 인도네시아 지사의 사업 보고를 받고 있다. 대사관 측은 2018년 5월 26일, SNS 공식 계정에 샤오첸 중국 대사가 같은 달 24일, 화웨이 인도네시아 지사를 시찰했다는 기사를 게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샤오첸 대사는 류 씨 및 고위 간부들과 사내를 시찰하고 업무 보고를 받았다. 당시 샤오첸 대사는 인도네시아 경제 및 사회에 대한 화웨이의 공헌을 치하하고 화웨이가 양국 간 실무 협력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할 것을 주문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해외시장에 빠르게 진출했다. 화웨이는 각국에서 중국 당국과 외국 정부의 관계를 중재하고 각국 정치인들과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란 씨는 화웨이가 당국과 긴밀한 관계임을 확인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17년 7월 가족과 인도네시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을 때, 인도네시아 지사 사원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당시 남편은 인도네시아 국유 통신업체인 텔레콤(Telkom)과의 업무를 담당하는 야오(姚) 씨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그해 초 화웨이가 텔레콤과의 사업 계약을 체결한 경위와 화웨이가 텔레콤의 CEO, 인도네시아 해양담당 조정 장관,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에게 이익을 제공한 것 등에 대한 것 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화웨이가 중국 당국과 긴밀히 연관된 기업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화웨이의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미 PR회사, 레이스포인트 글로벌(Racepoint Global)사와 버슨 콘 & 울프(Burson Cohn & Wolfe, BCW)사는 지난 3월 20일,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기초해 미 법무부에 등록했다.
이들 회사는 화웨이에 외국 정부의 감독관리, 자금지원 혹은 보조금 등을 받지 않은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했지만 화웨이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동안 밝혀진 여러 사실로 볼 때 화웨이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국영 신화사는 2009년 9월 22일 보도에서, 국가개발은행이 화웨이와 새로운 전략적 협력에 합의해 화웨이에 대한 신용공여를 이전의 1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재정부와 국가 외환관리국은 국가개발은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개발은행은 최근 화웨이에 저금리로 막대한 융자를 실시했다. 자금 지원을 받은 화웨이는 해외시장에서 저가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했다.
란 씨는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은 괴롭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란 씨는 “2017년 10월, 류 씨와 이혼 후 나와 가족, 친구들은 당국의 감시, 도청, 해킹, 협박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집, 자동차, WiFi 네트워크, 이동통신 네트워크, 은행 계좌정보 등 내 모든 개인정보는 모두 당국과 화웨이에 감시당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집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차를 타고 어디에 갔는지, 전자 메일 혹은 SNS에서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는지 등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란 씨는 당시 독일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당국은 이미 국 내 기업과 국외 기업, 중국 내에 사는 사람과 해외에 있는 화교, 주 독일 중국 대사관의 외교관을 전부 통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란 씨는 “화웨이와 중국 당국의 괴롭힘을 국제사회에 폭로하기 위해 취재에 응했다”고 밝혔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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