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에서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송환법)’ 처리 강행으로 시작된 대규모 반발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안 추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정부 측이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 시위에 놀라 법안 처리를 잠정적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대부분 검은 옷을 차려 입은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홍콩 중심가의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 처리 계획에 항의하는 ‘검은 대행진’에 나섰다.
홍콩 입법회는 지난 10일 약 10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해당 법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시위 양상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15일 해당 법안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송환법 추진과 관련해 12일 2차 심의에 이어 61시간의 토론 시간을 갖고 오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격화되자 결국 일보 후퇴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만 완전한 철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정부청사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사회의 다양한 우려를 반영해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한다”며, “법안 추진에 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여러 정당과 협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6일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철회’와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며, 빅토리아 공원으로부터 홍콩 중심부에 위치한 정부청사로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 지도부에 따르면 다음날인 17일에도 이번 요구와 관련해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보니 렁 등 홍콩의 시위 지도자들은 노조와 교사 등이 이날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모든 홍콩 시민들이 총파업에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대규모 시위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서 촉발됐다. 이 법안은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본토로 송환하도록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콩은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협약을 맺었지만, 중국과는 20년 간 체결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현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와 함께 범죄인 인도법 처리도 연기 대신 완전한 철회를 주장하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결사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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