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거래 중단 조치에 대해 ‘독자생존‘을 자신하며 호기를 부렸지만 노트북 신제품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며 무릎을 꿇었다.
화웨이의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유는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노트북 시리즈인 메이트북 신제품 출시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유 CEO는 제품 출시 연기 이유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자국 기업들과 화웨이 계열사들의 거래를 막았기 때문”이라며, “화웨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한 노트북을 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시가 연기된 화웨이의 ‘메이트북 엑스 프로’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OS)를 사용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화웨이는 노트북은 접었지만 다음 달 5G 폴더블폰인 '메이트 X'와 하반기 최고급 스마트폰 '메이트 40'의 출시 일정은 아직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SA) 등 분석기관들은 “화웨이가 두 제품 출시에 대비해 주요 부품 3~6개월 치를 선주문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까지는 계획대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겠지만, 내년부터는 부품 수급이 막혀 신제품 출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NBC도 “스마트폰은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부품 자급률을 높여 대응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많은 부품 등에 미국 기술이 필요한 만큼 미국의 제재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존폐 위기에 처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화웨이는 미국이 지난달 15일 구글과 퀄컴, 인텔 등의 거래 중단 조치를 내놓을 때만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경우 독자 개발한 훙멍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고, AP 칩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대신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만드는 ‘기린 980’을 탑재한다는 계산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의 AP 설계 회사인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에 동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화웨이의 '기린 980'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과 마찬가지로 ARM이 만든 기본 설계도(아키텍처)에 의존해 생산한다. 따라서 화웨이가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AP 칩을 설계하거나 구세대 AP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만 출시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AP 칩 외에 메모리나 이미지센서 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렌즈 등의 부품이 필수적이다. 화웨이는 이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삼성전기(디스플레이), 중국 CATL(배터리), 일본 소니(이미지센서), 독일 칼자이스(렌즈) 등에서 조달한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 직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국내 업체를 방문해 지속적이고 원활한 부품 공급을 강력한 것에 대해 “메모리나 주요 반도체 조달이 중단될 경우 매우치명적인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현재 판매 중인 제품에는 구글 지도나 유튜브, 지메일, 크롬 등의 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지만 앞으로 신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내 금융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서비스가 차단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중국 내 판매는 문제 되지 않겠지만 중국 밖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SA는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1억5000만대 수준을 유지하지만 내년에는 부품 공급난이 본격화하면서 1억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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