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外儲說)'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정나라에 융통성 없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신발을 사러 시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길을 나서기 전 자신의 발 크기를 재어 그 치수를 종이에 적어 두었습니다.
시장에 도착한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신발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의 상점을 둘러보았습니다. 한참만에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아 사려는 순간 자신의 발 치수를 적은 종이를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바삐 집으로 돌아가 종이를 가지고 다시 시장에 돌아왔지만, 이미 밤이 되어 가게는 문을 닫은 뒤였습니다.
낮부터 그를 이상히 여긴 한 상인이 망연자실하여 멍하게 서 있는 그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아까 신발을 사려 했을 때 직접 신어보고 사면 될 것을 어찌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오?”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직접 발 크기를 재어 적은 이 치수는 믿어도 내 발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오.” 상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돌아갔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정인매리'는 '정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다'라는 뜻으로, 실제를 믿지 않고 융통성이 매우 없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입니다.
'정인매리'는 제자백가의 공리공담(空理空談)을 풍자하고, 학문이나 이론의 비현실성과 관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또한 규정이나 조문에 사로잡혀 현실을 무시하는 행동을 꼬집고 있고, 현실보다는 현실을 본뜬 책을 더 신뢰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말이기 하지요.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분별력을 상실한 우리시대를 고사성어로 환기해 봅니다.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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