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北宋)의 문인이자 화가인 문동(文同)은 시와 산문,그림 솜씨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인품 또한 훌륭하고 박학다식하여 당대 명사들이 그를 좋아하고, 묵죽(墨竹)의 개조로 추앙받았는데, 소식과 사마광이 특히 존경했다고 합니다.
문동의 집은 우거진 대숲이 있어, 그는 대나무를 몹시 사랑하였습니다. 대나무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대나무를 완상하다가 흥에 겨우면 들어가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살아 있는 것차럼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문동은 마음 속에 떠오르는 대로 대나무를 그릴 뿐이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동시대의 문인 조보지(晁補之)는 문동과 절친한 사이였는데, 그는 문동이 대나무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문동에게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는 한 청년이 조보지를 찾아와 문동의 그림에 대한 비법을 묻자, 조보지는 "문동이 대나무를 그리고자 할 때는 마음 속에 이미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는 시로 화답했습니다. 대나무 숲을 거닐면서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 정경을 마음에 담은 다음 돌아와 거침없이 대나무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식은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 속에 대나무가 있어야한다. 그런 뒤 붓을 쥐고 바라보다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 떠오르면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 그 영상을 쫒는다. 여가가 대나무를 그릴 때는 마음속에 이미 대나무가 이루어져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인 흉유성죽(胸有成竹)은 '대나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완성된 대나무 그림이 있다'는 뜻으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마음속에 성숙된 해결책이 있음을 비유한 말입니다.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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