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에 정판교라는 서예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길을 가다가 한 여인이 두 아이를 안고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판교는 여인에게 울고 있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며칠 전 남편이 죽어, 동네 상인에게 두 냥을 빌려 장례를 치렀습니다. 오늘 상인이 돈을 갚으라고 찾아왔길래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을 하자 집안의 가보인 귀한 용 문양 항아리를 가져갔사옵니다. 이제 저승에 간 남편을 무슨 낯으로 본답니까....”
여인의 사정을 들은 정판교는 몹시 화가 나서 상인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상인은 그 항아리를 어떻게 할까 궁리 중이었죠. 정판교는 여인의 억울함을 따지는 대신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이 항아리를 파는 것이요? 한 근에 얼마입니까?” 상인은 한 근에 얼마냐는 그의 말을 듣고 무게에 따라 돈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 속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한 근에 5냥만 받는다 쳐도, 대충 계산해 봐도 200냥 이상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한 근에 다섯 냥이요. 꼭 근으로 사시는 거죠? 약속하신 겁니다?” 상인은 거듭 물었습니다. 정판교는 단단히 약속하고 항아리를 옮겨 달라고 말하고는 , 이리저리 길을 안내하다 마침내 그 여인의 집 앞으로 갔습니다. 상인은 무거운 항아리를 들고 길을 빙 돌아오느라 화가 났지만, 애써 참으며 항아리 값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정판교는 말했습니다. “흠, 아무래도 바닥 부위가 좋겠구려. 바닥부위로 한 근 주시오.” 화가 난 상인이 따지고 들자 정판교는 태연하게 말했죠. “근으로 판다고 약속하지 않았소? 한 근 달라니까?” 상인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정판교는 그에게 2냥을 주며, 빌린 돈은 갚는 게 당연하지만 사람을 너무 괴롭히지는 말라며 항아리를 두고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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