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 설비에 ‘정체불명 통신장치’... 美 “대정전 원격 유도 우려↑”
디지털뉴스팀 |
2025-06-02 16:52:46
[SOH]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전기변환장치)에서 정체불명의 통신장치가 발견돼 미 에너지 당국이 조사 중이다.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는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우리나라에서도 95%를 장악한 만큼 글로벌 에너지 보안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가 중국산 태양광 발전 장비 중 일부에서 의문의 통신장치를 발견한 뒤 그 위험성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련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보안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9개월간 전력망에 연결된 장비를 분해해 보안을 점검한 결과 일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에서 제품 설명서에 기재돼 있지 않은 유령 통신장치를 발견했다.
인버터는 태양전지에서 나온 직류(DC) 전기를 교류(AC)로 변환해 가정이나 전력망으로 보내는 장치다. 태양광 설비뿐만 아니라 풍력발전기, 전기차용 2차 전지 등에도 사용되는 부품이다.
인버터에는 제조업체가 원거리에서 소프트웨어를 갱신하고 유지보수를 하기 위한 통신장치가 들어간다. 중국산 인버터를 쓰는 미국 공공 기업들은 중국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인버터에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해 방화벽(보안시스템)을 설치한다. 악성 통신장치는 이 방화벽을 우회해 인버터에 접근할 수 있는 루트라고 한다.
■ 中 타양광 인버터 세계 80% 장악, 한국선 95%
전문가들은 불법 통신장치를 사용해 방화벽을 우회하는 데 성공하면 인버터를 원격으로 끄거나 설정을 변경하는 식으로 전력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에너지 인프라에 손상을 가해 대규모 정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관계자 중 1명은 “(발견된 통신장치는) 악성 구성요소가 방화벽을 원격으로 우회할 수 있는 추가적이고 문서화되지 않은 통신 채널을 제공하며, 이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체불명의 통신장치는 태양광 발전 설비의 인버터 외에 말고도 중국산 2차전지에서도 발견됐다. 한 관계자는 “지난 9개월 동안 중국의 여러 공급업체의 일부 배터리에서 셀룰러 라디오를 포함해 사용설명서에 기재돼 있지 않은 통신장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대해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해 중국의 인프라 성과를 왜곡하고 비방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중국은 태양전지 뿐 아니라 태양광 인버터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화웨이와 선그로우, 진롱솔리스 등 중국 업체가 세계 1~3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인버터도 대기업 브랜드가 붙어있지만 사실상 95%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기반시설의 중국산 장비 사용이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우려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단 3~4기가와트의 에너지만 통제해도 전력 공급에 광범위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 태양광 제조협회는 200기가와트가 넘는 유럽 태양광 발전 용량이 중국산 인버터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200기와 맞먹는 전력량이다.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같은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 위협을 자각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 정부는 100킬로와트 이상의 태양광, 풍력, 배터리 설비에 중국의 원격 접근을 차단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즉, 중국산 인버터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제한은 향후 옥상에 소규모로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 설비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외교정보국 국장은 태양광 인버터 등에서 중국 기술을 금지하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협박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에스토니아 국방부와 기후 담당 부처는 이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는 로이터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영국 정부도 에너지 체계에서 중국의 재생 에너지 기술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며, 이 작업이 향후 몇 달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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