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글- 진홍비단의 유혹
샌주 |
2005-11-20 07:56:12
" 부드러운 진홍의 물결이 투명한 호수가에 채워질 때,
비단 물결의 진홍빛 부드러움은 더할 나위 없어라..... "
위엣말은 제가 불빛에 반사된 유리잔에 담긴 복분자주의 모습을 묘사한 글입니다. -.-
부드럽게 넘어가는 달콤한 향내가 나는 진홍의 술은 마시고 난 후엔 취기가 서서히 오르죠..마시다 보니, 복분자주 한병을 금새 헤치웠습니다. ^^;
사실 제가 위장이 좋지 않아 적포도주를 자주 마시고 부터는 묘하게 보라빛, 진홍색깔을 띤 술들을 선호하고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아니 제 취향에 맞는 술을 찾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위장질환을 빙자해서 적포도주를 마시고, 어제 "기력회복"을 빙자해서 산 복분자주를 집에서 홀짝홀짝 마시게 되었습죠.
진홍의 괴실주를 마시면 달콤함이 묻어난 부드럽고 깔끔하게 넘어가면서 그 독특한 과실주의 취기가 퍼지는 느낌이 그냥 좋다는 것만 느껴집니다.
사실 저도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라면 참이슬 소주를 많이 마십니다. 아무래도 각종 모임,회식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 참이슬이니깐요.(주량은 2병 정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주는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소주의 독특한 향내를 싫어하죠.
요즘엔 소주잔에 오이 담가서 마시는 습관이 생겨났답니다. 오이가 취기 해독에도 좋지만 마실때 오이의 향내가 소주에 퍼지니 그냥 마시는것보다 한결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이랍니다. ^^;
대학 다닐때는 동동주, 막걸리같은 탁주를 자주 마셔서 그때까지만 해도 동동주를 좋아했었죠. 서서히 취기가 오르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마실때의 달콤한 동동주의 맛이 좋았었죠.
이제는 그 텁텁한 탁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
저도 애주가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술들을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마신 술들을 생각해보면, 진홍색의 머루주, 적포도주, 복분자주 만큼이나 관심이 가지고 선호하는 술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낙엽색깔을 닮은 산사춘, 국화주는 밋밋하기만 하고, 백세주는 무슨 화공약품 냄새가 나는것 같고, 매실주는 그냥 달기만 하고, 인삼주는 제가 원래 오가피주나 버섯주 같은 한방에서 많이 쓰는 재료로 만든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삼계탕 먹을때, 반주외엔 마시지 않고....
청주, 약주는 마셔도 별 느낌이 없고,
안동지방으로 답사갔을 때 마셨던 안동소주는 마시고 나니 입 안에 퀴퀴한 내음새가 찼던 기억만 나고.....
중국사 전공 교수가 술을 좋아해서 얻어먹었던 고량주는 마실때부터 그 퀘퀘한 냄새 때문에 인상만 찡그렸었죠.....
역시 냄새 나는 뙤놈들 술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수 높은 쭝국 술들이 대체로 퀘퀘한 냄새마냥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엔 도수가 낮으면서도 각종 이름을 단 고급 술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현재 제가 좋아하고 마시는 술들도 모두 국산입니다.
복분자주는 국산레드 와인이고 머루주도 국산 전통와인이고 현재 제가 자주 마시는 포도주 역시 국산이지요.
여하튼 이 술 저 술 마셔보니, 진홍의 색깔이 나는 술들을 가장 좋아하는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나중에 시간나면, 호남의 순창, 고창, 무주지방에 가서 복분자주, 머루주 한잔 탁 하니 걸치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
그러고 보니 이 곳 데일리차이나에 들어오는 누리꾼들 중에서도 상당한 애주가들이 있던것 같던데 델차는 모임 같은 것은 없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