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업 성황

팔지말자  |   2005-11-17 10:38:29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인생 밑바닥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장기 판매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장기 매매는 잠시나마 생활고를 벗어나게 하는 마지막 생존 도구가 되고 있다.대구에 사는 백모(37)씨는 1200만원의 카드 빚이 문제였다. 새 어머니와 가정불화가 생긴 그는 1998년 남동생을 데리고 무작정 가출을 했다. 변변한 직업이 없던 그에게 자꾸만 카드 빚이 쌓였다. 그 역시 2002년 인터넷 장기매매 사이트를 통해 신장 한쪽을 2500만원에 팔았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노동을 하던 이모(27)씨는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팔았다. 오랫동안 만나온 애인과 올 12월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월 평균 100만원의 수입으로는 결혼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가 신장을 떼낸 대가는 3000만원이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300평 규모의 양계장을 운영하던 이모(31)씨는 닭 수요가 줄면서 3억원의 빚을 졌다. 급한 김에 터미널 화장실에 붙은 ‘장기매매’ 알선 스티커 전화번호를 눌렀다. 결국 그의 신장은 3000만원에 팔려나갔지만 이씨의 양계장은 부도가 났고 그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현재 군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인터넷에는 장기를 팔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장기매매 알선 카페가 수십 개 널려있고 사이트마다 장기를 팔려는 사람들의 글들이 빼곡하다. 이들은 혈액형, 나이, 연락처 등을 남겨놓고 자신의 신장을 구매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장기를 팔려는 사연들은 다양하다. 골프채 수입업체를 차리기 위해 밑천을 마련하려고 장기를 내놓은 전직 사업가부터 주식에 손 댔다가 빚을 진 회사원, 직업을 얻지 못한 전과자…. 심지어 군입대를 면제 받으려고 하는 젊은이, 갖고 싶은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 술집 웨이터 등 ‘생계형’부터 ‘웰빙족’까지 천차만별이다. 서울 을지로 입구역에서 만난 노숙자 박모(50)씨는 “여기 있는 사람 모두 기회가 닿으면 장기를 팔려는 생각을 갖고 있고 한 번씩은 알선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걸어봤다”며 “30만원 넘는 검사를 내 돈 주고 받아야 된다고 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장기매매 카페를 통해 접촉한 한 브로커는 “신장을 팔려는 사람은 대부분 사업하다 망한 남자들이라며 “일주일에 30~40건의 장기매매 문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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