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親美 인도를 위해 “한 상 그득히 차렸다”
독재자 |
2005-07-15 13:16:49
냉전 이후의 세계 질서는 미국의 일방주의체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유엔의 동의를 얻지 않고도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이에 대해 도덕적 차원에서 문제삼는 나라도 적지 않지만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속을 차리는 나라도 많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약속받은 것이나 비동맹국가의 지도국이었던 인도가 최근 미국과 10 년 방위협력협정에 서명한 것 등은 친미 외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현재 진행되는 유엔의 개편작업에서 핵심사항 중의 하나가 바로 새로 늘어나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문제다. 안보리 상임이사회는 유엔의 실질적이고 상설적인 의사결정 기관이다. 상임이사국이 되면 세계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주요한 전쟁이나 구호 등 갖가지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보다 수월하게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영향력이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다. 한마디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면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강대국으로 공인을 받는 셈이 된다. 어느 나라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발언은 존중하게 된다. 그러니 웬만한 덩치가 되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상임이사국 진출을 간절히 소망한다.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개편 방향을 보면 대체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현재의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에서 늘리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일본 독일 브라질 인도 등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확히 몇 개 나라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추가하는가의 여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선진국 하나와 개발도상국 하나 등 최소한 2개국을 늘리는 쪽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새 상임이사국 후보국으로는 선진국에서는 일본과 독일, 개발도상국에서는 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유력하다. 이슬람문명권에서도 상임이사국 진출을 열망하고 있다. 새 상임이사국을 지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미국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유엔의 구조개혁은 국제질서의 새로운 전개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유엔 체제는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체제다. 상임이사국들은 모두 전승국이다. 그 후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냉전 이후의 국제질서는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끌어간다. 유엔의 구조개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국제체제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임이사국의 지명권은 오로지 미국에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에 상임이사국 자리를 약속했다. 한국과 중국 등이 이에 반발하지만 미국의 의사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시 대통령이 일본에 상임이사국 자리를 주려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독일에 비해서 친미적인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에 대한 부시의 입장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결정된 듯하다.
현재 독일의 사회당·녹색당의 연합정권을 이끌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반미(反美)정책 덕분에 슈뢰더 총리는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어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수는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과는 틀어졌다.
반면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응했다. “안보에 관한 한 미국 이외에 대안은 없다”는 말이 고이즈미 총리의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일본 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도는 하락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의 텍사스 별장으로 초대돼 따듯한 접대를 받았고 두 나라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마침내 부시 대통령은 일본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약속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6월 27일 급히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에게 독일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약속받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단지 어떤 나라도 안보리 이사국이 되려고 신청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냉랭하게 답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슈뢰더 총리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보수당인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에 27% 대 44%의 지지율로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각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에서 반미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국익을 잃게 된 셈이다.
미국에 신뢰를 주는 인도
개발도상국 가운데 미국이 유엔의 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유력하게 꼽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미국 국무부의 니컬러스 번스 차관은 6월 24일 인도를 방문해 “인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후보로서 ‘완전한 권리(perfect right)’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번스 차관은 “부시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방미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나라 사이에는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관급 관리가 두 나라 관계를 이토록 자신있게 낙관하는 것은 그만큼 양국 지도부의 신뢰가 깊어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에 앞서 6월 3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미국과 인도 관계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도는 분명히 강대국이다. 인도는 민주적인 정치체제로 운영되며 상대적으로 자유주의 경제체제다. 우리는 인도와 최고의 관계를 맺고 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두 나라의 관계는 해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정치체제가 덜 자유로우며 수년 내에 긴장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중국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나라가 될수록 성공적이고 국제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압력이 생기고 경제성장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럼스펠드 장관이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에 강력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며 민주적인 개혁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시 행정부의 인도에 대한 호감은 단순히 중국이나 이슬람 테러를 견제한다는 국익 증진이라는 목적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체제에서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이고, 경제적으로 자유주의인 인도를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월 28일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인도의 프라납 무케르지 국방장관이 서명한 양국간의 10 년 방위협력협정에서도 인도의 사회 체제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협정에서 미국은 앞으로 10년 간 인도와 중요한 무기들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미사일 방어체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또 무기와 관련된 첨단 기술을 인도에 이전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미국은 무기를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나라다. 때문에 이러한 파격적인 협력에 대해 두 나라 국방장관도 “예상치 못했던 수준(unprecedented level)”이라고 평가할 정도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한 고위 인사는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도를 위해 한 상 그득히 차렸다. 문제는 인도가 얼마나 받아먹으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인도에 대한 완전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는 나오기 어려운 말이다.
“현실정치를 고려한다”
인도가 처음부터 미국의 신뢰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인도는 냉전시대 자와할랄 네루 총리 이래로 비동맹정책을 추진해왔다. 게다가 현재의 정부는 외세를 배격하는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힌두교 근본주의 정권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간디 가문(家門)의 국민의회 정권이 추진했던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과감히 제거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했으며 국영기업 매각도 추진했다. 가장 큰 변화는 비동맹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에 접근한 것. 이와 관련, 인도의 무케르지 국방장관은 6월 28일 10 년 방위협정 체결 이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현실정치(realpolitik)의 요소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는 실제 세계에 살고 있다.…우리는 독립 이후 네 차례나 재래식 전쟁을 치렀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지난 20년간 테러와 싸웠다.… 안보에 대한 인도의 우려는 실제적이다. 인도 정부는 지금 경제발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자위권을 포기할 수 없다. 자위와 억제력 유지를 위해 미국과의 협력은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기술이전, 공동개발, 공동생산, 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실제로 상업적인 기회도 발생한다.…인도 방위산업계에는 엄청난 기회인 셈이다.…안보와 방위는 주권 기능의 핵심이다. 이는 정치 및 외교 정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미국과의 협력은 이러한 관념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도를 흔히 ‘세계 문명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만큼 역사가 깊다는 말이다. 인구는 머지않아 중국을 누르고 최대가 된다. 그런 거대한 나라의 국방장관도 안보와 경제라는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이고 기회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우태영 조선일보 출판국 기획위원(tywo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