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독립기념관과 티벳인
신문기사 |
2005-07-06 02:02:53
지방에 출장갔다 독립기념관을 들렸다. 평일이라 한산했다.
오랜만에 조용히 고독을 음미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눈에 띄었다.
윤봉길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지는 모습을 복원해 놓은 인형을 넋이 빠지게
바라보는 젊은이가 있었다. 요즘시대에 이런 젊은이도 있나싶어 호기심이 생겼다.
그 젊은이 근처까지 가서 가만히 그 젊은이를 바라보는데
그 젊은이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문득 웃음이 나와서 그 젊은이에게 뭐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젊은이는 쑥쓰럽게 웃어버리더라. 내가 웃으면서 왜그리 쳐다보냐고 물어보니
젊은이는 계속 웃는다. 마침 젊은이의 배꼽시계가 울리기에 같이 웃어버렸다.
나도 마침 뭘 먹을 생각인데 같이 가겠냐고 물으니 젊은이가 망설이며 괜찮다고
말한다. 자세히보니 여행객차림이라 기특한 생각도 있고해서 내가 사겠다고
근처의 갈비집으로 데리고 갔다. 참 잘먹더라.
내가 웃으면서 여행중이냐고 물으니까 여행중이란다. 그래서 요즘같이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시점에 국내여행을 한다는게 기특하다고 하니 그제서야 먹는 것을 멈추고
쑥쓰럽게 웃으면서 티벳인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의외였다. 한국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기에 한국인인줄 알았다고 말하니
한국에서 6개월정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신문배달을 했다고 한다.
재미있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식당을 나왔다. 어디 갈 곳이 있냐고 물어보니
통일전망대까지 간다고 한다. 내가 태워주겠다고 하니 걸어가겠다고 한다.
한국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단다.
그러면 한국친구들 만나는 장소까지만 태워주겠다고 말하니 젊은이도 망설이다가 탔다.
아무래도 많이 힘들었으니라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인도에 있는 가족들, 한국친구들, 한국에서 에피소드.. 재미있는 친구였다.
이번에 한국여행을 할려고 3년동안 모은돈을 깼다고 한다.
휴계소에서 커피를 한잔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한국이냐고 했더니
수줍게 웃으며 티벳의 미래를 보는것 같다고 한다. 티벳의 미래라...
그 젊은이를 내려주면서 그 젊은이에게 10만원짜리 수표 3장을 쥐어줬다.
한사코 거절하더니 내가 억지로 쥐어주자 마지못해 받으며 고맙다고 한다.
웃으면서 아무리 젊다고해도 몸관리를 잘하라고 해줬다.
그 젊은이와 대화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내가 예의상 달라이라마 이야기를 했더니
그 젊은이왈 요즘 티벳의 젊은이는 달라이라마세대 분들과는 틀리다는 말이었다.
선생님, 저도 윤봉길의사처럼 도시락폭탄을 던져볼까요?라고
웃으면서 담담히 말하는 그 젊은이를 보면서 중국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한국을 배우고자 한다는 티벳젊은이를 보면서 중국인을 생각해본다.
똑같이 중국인도 한국을 배우고자 하지만 왠지 이 티벳젊은이와는 틀리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인의 질투와 이유없는 원망에 섞인 한국 바라보기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우고자하는 진심이 보인다.
그리고 순박한 티벳인을 이렇게 바꾸어버린 중국인들에게 한숨이 나온다.
그 젊은이는 한국에서 뭘 배우는걸까?
독립기념관의 그 젊은이를 보면서 왠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중국인들은 알아야한다. 한없이 만만하게 보이고 파리의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순박한 티벳인도 총을 들 수있는 양손이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