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황화론 속에 놓인 한국 (펌

꼴통인민 공화국  |   2005-06-26 19:58:34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문화를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여기므로 다른 민족의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다. 그걸 ‘에쓰노센트리즘’(ethnocentrism), 즉 ‘자민족중심주의’라고 한다. 문화상대주의가 설득력을 얻기 전까지의 타민족이나 타문화에 대한 모든 시각은 자민족 중심주의의 편견이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런 치졸한 ‘에쓰노센트리즘’의 엉덩이에 뿔이 난 게 바로 인종주의(racism)다.인종주의의 바탕 위에서 미국인들은 노예제를 이용하여 아메리카 대륙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꿨고, 제국주의 열강들은 식민지배를 정당화했으며, A. 히틀러는 아리안 민족의 영광을 위해 유럽 전역을 전화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은 지난 세기의 역사가 증거한다. ‘황화론’(yellow peril)을 기억하시리라. 이곳 미국서 초기 중국계 이민자들은 아메리카 대륙 횡단철도 건설 때 “침목 하나에 중국인 노무자 유골이 하나씩 묻혀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피눈물을 흘리며 미국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나, 경기가 어려워지자 “저임금으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증오의 대상으로 몰렸고, 급기야 1873년 와이오밍 주에서 대학살의 비극을 겪어야 했으며, 1882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이민을 금지 당했었다. 그런 가운데 1895년 작은 섬나라 일본이 몇 십 배나 더 큰 청나라를 일격에 거꾸러뜨리는 것을 목격한 독일황제 빌헬름 2세가 13세기 몽골제국이 유럽을 짓밟았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황인종 위협론을 꺼내자 미국서 황인종에 대한 차별은 더욱 노골화됐고, 호주에서도 황인종을 배척하는 백호주의가 고개를 쳐들었으며, 이를 악용한 일제가 ‘백화론’(白禍論)으로 맞서면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자”며 태평양전쟁을 감행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데올로기가 죽자 인종주의가 부활하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흔들어대는 애국주의의 깃발이 지구촌에 민족주의의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정치적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경제적 영향력까지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인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불편해지고 있으며 이는 무역전쟁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민족공조를 내세워 친 중국의 북한과 손잡을 경우 미국은 한국의 통일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과 대만을 연결하여 새로운 동맹을 구축할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전투기 1천5백대를 배치하여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만 군사작전 계획’을 이미 수립했다는 보도 또한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까놓고 말하자면 부시 행정부는 중국발 ‘황화론’을 잠재우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처지가 딱하다. 한 세기 전 일본에게 능욕을 당하면서도 일본발 ‘황화론’으로 인해 백인들에게 차별을 당했던 쓰라린 기억을 지우기도 전에 이번에는 중국발 ‘황화론’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생겼다. 균형자 역할이고 뭐고 민족주의나 인종주의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무조건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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