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조선족이 거론되는데..
상해 |
2005-06-06 06:19:11
조선족은 미아다. 아니 미아였지만 생부생모를 알아버린 지금에도 갈곳 없이 버려진 고아다.
엄마아빠가 일본이라는 나쁜놈땜에 살기 힘들던 그 시절 우리는 한술이라도 배불리 먹고싶다고 집을 떠났다. 힘없던 부모는 그렇게 집을 나가는 우리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지 잡을수도 잡지도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다.
겨우 발붙인 곳이 만주라는 땅, 거기서 힘들게 중국사람들 땅을 소작으로 부쳐가며 근근득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일본이 전패하고 공산당이 국민당을 대만으로 쫓아내더니 새중국이 탄생했다고 울타리에 수탉모양으로 금을 다시 그었다.
우리가 살던곳은 길림성 연변이란 고아원이다. 니들은 고아니까 그냥 여기 고아 원에서 니들끼리 먹고 살되 대신 중국이 니들 엄마야 알겠지? 한다. 여기가 니집이고 니들이 이 집 주인이라고 말해준다.
비록 입양아라 하지만 그래도 친자식하고 별로 차별대우도 하지 않는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입양당하는데도 아무 얘기 없으시다. 내 자식 내가 찾아가겠소. 내 자식 살던 집까지 같이 다 돌려주오 이런 말 안하신다. 아마 아직도 살기 힘들어 그러신가보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수 없는 처지에서 내집이 생겼다는게 그래도 좋았다. 그래 열심히 사는거야.
어느날 엄마아빠가 크게 다툰단다. 아빠는 미국이라는 빽센 친척이 있고 엄마는 우리 양모인 중국이랑 가깝다. 아빠랑 미국이 한편으로 엄마랑 양모가 한편으로 되어 막 죽기내기로 싸우더니 이혼한단다. 조선반도 우리 옛고향 집을 중간에 3.8선으로 갈라놓고 분거했다. 북쪽은 엄마가 남쪽은 아빠가..
별로 서러운줄도 모르겠다. 너무 철없었는가? 양모가 먹구살게 만들어준데다가 내집도 주었는데 아마 양모한테 너무 정이 들어버려서인가?
미국을 등에 업은 자본주의 아빠가 나쁘다는 양모의 말을 들으니 정말 아빠가 무서워졌다. 엄마도 맨날 아빠 나쁘다는 소리를 한다. 꽃파는 처녀, 금희와 은희 이런 영화들 보면서 아빠는 왜 저렇게 잔인할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아빠하고는 얼굴도 마주보지 못하고 등져버리게 되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세상이란 양모인 중국, 생모인 북조선, 그리고 다른 외국으로 구성된줄 알았다. 아니, 사실은 중국이나 북조선밖에 못보고 살았다. 외국이란건 그냥 일개 명사에만 불과했지 직접 볼수도 들을수도 없어 그 실상을 알수 없었다. 다만, 금전만능이고 자본주의 착취의 세상이고 가진자는 천당이지만 없는자는 지옥인 그런 곳이라고만 들으면서 내 집이 살기 좋고 사회주의가 좋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이게 우리탓인가? 통제된 범위내에서 보고들려주는것을 믿을수밖에 없는게 죄란말인가?
그런데 어느날인가 아빠쪽으로 연락하여 다녀오는 애들이 늘기 시작했다. 아빠쪽 애들이 입은 우리옷, 부르는 우리말 노래, 억양은 틀려서 신기하게 듣기지만 다정하기만 한 우리말… 이건 줄곧 알고있던 자본주의아빠가 아닌데? 그쪽 사는 애들이 훨씬 행복해보이네?
또 어느날부터인가 아빠쪽 애들도 이쪽으로 많이 나온다. 투자해서 회사차리는 이도 있고 그냥 어떤가 나와보는 이도 있단다. 그런데 양모네 애들이랑 아빠네 애들이랑 언어가 잘 안 통해서 에러 많단다. 우리가 그나마 부모가 가르쳐준 말과 글을 잊지 않고있은게 큰 도움이 되었다. 뭐, 같은 피줄인데 너좋고 나좋고 서로 좋은거 아닌가? 우리는 급여벌이 하고 회사차린 이는 통역 생기고…
덕분에 조선족집거지에만 국한되어있던 우리가 대도시,경제발달도시쪽으로 많이 나오게 되었다. 워낙 입양아치고는 그중 공부도 젤 잘했고 바르게 자랐던 터라 대학 졸업하고 취직기회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또 아빠의 나라로 가서 돈벌어오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이라는 아빠 더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좀이라도 눈을 더 빨리 뜨고 잘 살게 해준 존재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중에 우리를 사기치는 인간도 있었고, 또 되려 우리가 사기치는 경우도 많아 서로에 안좋은 감정을 어느정도 갖고 지금까지 왔다.
엄마는 점점 힘없어간다. 아니, 힘없어간다기보다 막무가내로 나가는것 같다. 그쪽 애들은 굶어죽고있단다. 가슴아프다. 도울수 있는만큼 돕고있지만 그게 어디까지나 일부에 대한 도움이지 전체적으로 대세를 돌릴수는 없는것.
엄마와 아빠가 다시 재혼하겠단 소리도 들려온다만 이미 서로 너무 멀리 와버린 상태에서 재혼이 가능할지 우려된다.
그런데 재혼은 그림자도 안보이는 판국에 재혼후 조선족이라는 입양아가 친부모한테 로 도망갈가 걱정한 양모가 이상한 행동을 취했다. 걱정을 해봤자 이 입양아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서는 아니리라. 단지 한 입양아가 떠날때 생기는 파장, 다른 입양아들의 반응, 분열의 위협 등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양모란 사람은 조선족의 역사를 중국의 소수민족 역사라 한다. 배워온 역사라는게 어차피 직접 겪은게 아니고 책에 나온걸 배운거다보니 이것저것도 다 믿을바는 못되나 어쩐지 이건 아닌것 같긴 하다. 조선이 역사이래 중국의 여러 정권의 관리를 받아온건 사실인것 같긴 하나 중국변방 소수민족으로서의 역사는 아닌것이다.
그런데 입양아 처지에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힘은 없다. 안그래도 친부모가 지척에 살고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알게모르게 온갖 경계를 받고있는 처지다. 뭐라 해도 들어주는 사람 없다.
언제부터인가 아빠쪽 애들이 양모를 욕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고아원을 형편없는 돼지우리로 몰아부친다. 내가 선택해서 여기 있는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내가 태어나 몇십년 살아온 곳인데 돼지우리 취급 하면 기분이 나쁘다. 아니라고 우긴다. 일부 미개한 일들이 있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본다.
그랬더니 이번엔 우리에게 욕이 돌아온다. 양모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제 부모도 몰라보는 인간들이라고, 노예나 다름없는 바보들이라고, 앞잡이라고.. 자기네 덕분에 지금은 그나마 잘먹고 잘살고있으면서도 은혜를 몰라본단다.
기분이 안상할리 없다. 무조건 먹여주고 도와줬는가 니들이?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로 서로 좋은 일을 했을뿐, 같은 피줄이라는 이유로 안해줘도 될것을 특별히 더 잘해준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티내는게 어쩐지 싫다. 따지다보니 말이 거칠게 나가고 혹자는 아예 삐뚤게 나아가 모든걸 다 싸잡아 욕해버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버려졌던 고아가 어찌어찌하여 생모를 찾게 되어 재혼하여 다른 아이까지 있는 생모집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계부한테 비뚤게 맞서기도 하고 고아원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으시대는 배다른 동생이 아니꼽다고 쥐어박기도 하다가 끝내는 다시 뛰쳐나오는 그런 장면을 많이 보았다. 고아원이 좋아서 거기에 변명하는건 절대 아니다. 이 운명이 잘못으로 선택한것이 아닌데 거기에 대해서 비꼬는 상대방에 화가 나서이다.
우리가 선택해서 고아가 되었냐? 고아가 죄냐? 온전한 부모와 가정을 갖고있으면서 그걸 턱대고 으시대고 무시하면 성질 안나겠냐?
우리가 자기 조상의 문화를 그나마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게 니들 잘나서냐 양모가 니들을 한곳에 몰아넣어 다른 문화를 접촉하지 못하고 무식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된거지 라 하는 이도 있고, 또 조선의 우수한 문화전통을 우리가 한낮 중국의 소수민족 문화로 전략시켰다고 욕해대는 사람도 있다.
지금 간도땅 다시 돌려받자고 하는 사람들, 그냥 자존심때문에 그 간도땅을 되찾겠다는것뿐이고 거기에서 몇세대를 살아온 우리를 어떻게 안치해야 될가에 대한 대책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냥 막무가내로 독립운동을 하라는 사람도 있고 무조건 지금은 아니다라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있는 그 이상으로 더 좋은 대안 내놓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로 보면 지금까지의 모든 삶의 기반을 다 버릴 각오로 무조건 들고일어날만한 형편이 아니라는것이다.
엄마아빠 재혼하면 각자 딸린 자식들도 있는데 그 자식들끼리도 화목하게 살수 있는가조차도 문제되는 판국에 이렇게 오랜세월 버려졌던 우리를 누가 따뜻하게 껴안아 다독여줄수 있단말인가?
그래서 조선이 통일해서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조선갈래 중국에 남을래 물음에 그냥 이렇게 살래 의 선택이 많다.
다른 뜻은 없다..조선족을 욕하지 말라. 비굴하다 해도 좋고 바보라 해도 좋지만 당신들이 우리와 꼭같은 처우에 있었다고 생각해봐라, 이것이상으로 더 잘나진 않았으리라.
이곳에서 한국인과 조선족이 말다툼하는걸 보면서 항상 가슴이 아프고 도대체 왜이럴가 뭐가 어긋난건가 생각하다가 언뜻 떠오르는 생각, 우리는 이혼한 부부의 버려진 고아..
부모있는 집에서 사랑받으며 살았던 한국인과는 삶의 기반, 생각의 기초부터가 틀리다는 점.. 그러나 이게 우리의 죄는 아니라는것..



